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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만리(1996), 『한국사주 입문』을 읽다

아진돌 2021. 3. 9. 08:09

변만리(1996), 『한국사주 입문』, 서울 : 도서출판 자문각, 1쇄1판 1996.11.20., 2쇄중판 2011.7.5.

 

2021년 3월 3일에 변만리 선생이 지은 『한국사주 입문』을 읽었다. 노은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명리학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빌려 왔다.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하고 있는 명리학 강의를 어렵게 수강신청을 완료한 상태라 명리학 서가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한국사주’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을 빌려오게 되었다. 이 책은 역의 원리인 무극, 태극, 음양, 오행 등의 순서로 기술되어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글은 한국사주의 입문과 기초과정”이ㅏ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오행과 상생상극은 처음부터 글자대로 풀이하는 가짜 오행이요 상생상극이라고 비판하며, 가짜 오행과 상생상극은 수천 년 동안 판을 치고 동양 점술과 의술을 석권했다고 말한다. 한국사주라는 이름으로 오행보다는 음양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현대 양자물히가의 기초를 다진 닐스 보어와 하이델베르크 역시 음양의 상보적 현상을 자연의 진리라고 말하고, 어떤 물리이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한 바 있다. 저자가 오행보다는 음양의 중요성에 무게 중심을 도고 주장하는 바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육합(六合)의 관계, 상생보다는 발생의 관점에서의 오행의 생의 작용 등에 대해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근묘화실(根苗花實)에서 보듯이 물상론을 강조하고 있고, 십이운성법에서 음간의 심이운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고전격국론을 공부하는 우리와 같은 입장이다. 양간의 영향보다는 음간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지충(地支沖)을 십이지의 음과 음, 양과 양이 만나는 것으로 정의하고 지지의 충은 부딪히고 싸우는 충이 아니라 화합(化合)하는 충이라고 주장한다. 자오충(子午沖)의 예를 들어 저자는 “子午는 같은 양지(陽支)이지만 子의는 水 이고 午 는 火 이며 水는 음이고 火는 양이다. 水 와 火는 음과 양으로서 천생연분인 한 쌍의 부부이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여 의지하고 상부상조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干沖처럼 음과 음, 양과 양이 부딪히고 싸우는 沖이 아니라 음과 양이 화합해서 하나가 되는 沖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 공부하면서 유심히 적용해 볼 만한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간의 강세를 판단하고 천간이 놓이는 상황을 유추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십이운성법에 대해서도 별도로 통변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상극(相剋) 등 극(剋)보다는 상생과 생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주로 다루던 심리학 분야서 긍정 심리학이 새롭게 대두되듯이 상극 위주의 이론보다는 상생 위주의 이론이 현대 사회에서는 적절한 통변술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탐생망극(貪生忘剋)의 이론적 배경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한국사주라는 이름으로 주장하는 이론들 중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면들도 있다. 육친론에서 위천수가 주장했듯이 아버지와 첩을 같이 보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 등이 그렇다. 또한, 각각의 통변성에 대한 통변에서도 희신일 때와 기신일 때를 구분하고 있는 점 등은 이 책만으로는 희신과 기신의 구분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판단이 안 선다. 병약설에 기초하여 제화된 흉신과의 차이점 등을 좀 더 들여다 볼 예정이다. 국내에서 많은 분들이 적용하고 있는 용신론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돌파구로 한국사주를 주장하시는 것 같다. 고전격국론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틀리다 맞다로 논할 수는 없으나 아쉬움이 많다. 도서관에 이 책을 반납하면서 변만리 선생의 『萬里天命』이라는 책을 빌렸다. 변만리 선생이 주장하는 이론들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읽을 때 약간은 비판적인 면에서 보는 것이 사주명리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해 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