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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뇌의 진화, 신의 출현』을 읽다.

아진돌 2021. 3. 11. 08:57

풀러 토리(Puller Torrey) 지음, 유나영 옮김(2019), 『뇌의 진화, 신의 출현 – 초기 인류와 종교의 기원』, 서울 : 갈마바람. 초판1쇄 2019.11.25.

 

노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이 책을 보고 주저없이 자동대출기에 책을 올렸다. 종교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원하는 내용은 종교의 기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원저는 2017년도에 발간된 『Evolving Brains, Emerging Gods : Early Humans and the Origin of Religion』이다. 머리말에 있는 첫 문장인 ”소년 시절부터 나는 하느님을 찾아 헤맸다. 신은 어떤 신이든 상관없다“라는 말이 마음에 닿았다. 저자는 ”신들은 어디서 왔을까? 또 언제 왔을까? 이 질문이 이 책을 추동한 힘이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만났다.

 

저자는 신들이 어디에서 왔는가에 관한 질문에 대해 그들은 인간의 뇌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신들이 언제 왔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간의 뇌가 진화과정에서 다섯 차례의 특수한 인지적 발달을 거친 연후에 등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약 4만 년 전부터 우리 현생 호모사피엔스는 흔히 ‘자전적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을 발달시켰다고 말한다. 이는 자기 자신을 과거와 미래로 투사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진화론에 기반을 둔 고고학과 뇌고학 및 발달심리학 등을 배경으로 신의 출현과 종교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다.

 

제1부 신이 만들어지기까지에서는 200만 년 전에 나타난 호모하빌리스부터 현생 호모사피엔스까지를 다루고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직립 보행한 것 외에는 유인원이었다고 주장한다. 현생 호모사피엔스와 그들이 숭배하는 신을 낳게 될 다섯 차례의 인지적 진보 중 첫 번째 진보가 호모하빌리스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두 번째로는 자아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던 호모 에렉투스를 다루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는 주먹도끼 외에도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무기로 보이는 것으로 창끝에 부착한 돌촉을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세 번째로는 타인을 보살핀다는 정서적 관점과 타인과 공유하는 능력 즉, 공감하는 자아를 가졌던 네안데르탈인을 설명하고 있다. 아동발달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 대한 인식은 4세 무렵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여 11세 무렵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네 번째로는 자기성찰 능력을 가졌던 초기 호모사피엔스를 다루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자기성찰적 자아로의 진화는 사람 인지 발달의 결정적 순간으로 규정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기독교 신학에서는 자기성찰적 자의의 출현을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 이야기로 상징한다. 그들은 에덴동산에서 금지된 나무 열매를 먹은 뒤 최초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로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크게 인식하기 시작했던 현생 호모사피엔스를 다루고 있다.

 

제2부 신의 출현에서 저자는 우리가 신의 출현을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문자가 발명된 이후 역사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시기부터라고 말한다. 신은 65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농업혁명으로 500만 명이었던 현생 호모사피엔스가 2, 3억 명으로 증가한 2800년 전∼2200년 전까지 600년에 걸친 축의 시대(axial age)에 유고, 힌두교, 불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가 모두 탄생했고, 그 중 유대교는 후대에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낳았다고 한다. 이 시기에 공자, 노자, 우파니샤드의 많은 저자들, 석가모니, 엘리야, 제2 이사야, 예레미아, 에제키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살았다.

 

저자는 앞에서 말한 종교들의 발달을 조사해 보면 주목해야 할 5가지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이들 모두가 죽음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둘째, 주요 종교들은 죽음의 딜레마에 대한 해법 외에도 다른 해법들을 제시한다. 셋째, 주요 종교들은 대개 사람들에 의한 정치적 지배와 연계하여 발전하였다. 넷째, 종교들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며, 개별 종교의 성패는 대개 그 추종자들의 경제, 정치, 혹은 군사적 성공에 의해 결정된다. 다섯째, 새로운 종교의 등장은 주로 보다 오래된 종교의 신들과 신학을 차용함으로써 일어난다.

 

마지막 장에서는 신의 기원에 대한 다른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과 종교의 기원이 영혼과 꿈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제도에 있다고 주장하는 프랑스의 에밀 뒤르캠의 이론과 함께 친사회적 행동이론, 심리적 이론, 페턴추구이론, 뇌의 발달의 영향으로 보는 신경학적 이론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끝으로 “ 새로운 종교가 계속해서 태어나듯 기존의 종교들은 계속 죽어갈 것이다. 아누, 라, 제우스, 주피터 같은 여러 옛 신들은 이제 신성한 창조물이 아닌 예술적 창조물로 전 세계의 미술관에 안치되어 숭배가 아닌 감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

 

다종교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각자가 믿는 종교만이 최선의 최고의 종교라고 아집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끝으로 이 책의 번역에 대한 아쉬운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 번호를 도판으로 번역하고 있고, 뇌 부위의 세부 명칭들을 통상 뇌과학 책에서 사용하는 용어 대신 순수 우리말 명칭으로 번역하다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 물론 최근의 일부 뇌과학 책들도 뇌의 순수 우리말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나 나에게는 낯설어 읽기가 거북하였다. 물론 나만의 편견일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