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오후(2021), 『믿습니까 믿습니다』를 읽다.

아진돌 2021. 5. 15. 10:50

오후(2021), 『믿습니까 믿습니다』, 서울 : 동아시아, 초판1쇄 2021.1.1. 초판2쇄 2021.1.21.

 

2021년 5월 4일에 『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뉴스까지 인류가 함께 해온 미신의 역사』를 끝까지 읽었다. 노은도서관에서 빌려온 후 차일피일 미루다 주말에 읽게 되었다. 책명의 부제가 무척 길다. 저자 오후는 필명인 것으로 추측된다. 저자의 이름도 특이하지만 책 표지 이면에 소개된 저자 소개글도 특이하다. 현대사회의 모든 미신(?)들로 기술되어 있다. 혈액형은 소심함의 대명사 A형, 별자리는 자유로운 쌍둥이자리, 사주는 연쇄살인도 할 수 있다는 괴강살, MBTI는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세 번째 저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사주, 타로, 점성술, 별자리, 관상, 손금, 신점, 풍수지리, 수맥, 형액형, MBTI 등 세상에는 수많은 미신이 있다고 글을 열고 있다.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 카드 데크(Card Deck)의 20번 카드인 심판(Judegement) 카드를 표지의 그림으로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미신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아닌지와 무관하다고 말하고 틀리든 말든 믿는 사람이 있고, 그 믿음이 어떤 식으로든 역사에 흔적을 남긴다고 말한다. 또한, 과학이 우주의 모든 비밀을 밝혀낸다 해도 미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근거 없는 믿음을 통틀어 미신이라고 부르고 있다. 수많은 미신들 중에서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변해 왔는가를 다룬다고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믿음의 근거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깊이 사유한 것 같지 않다. 짐작하기에 현대과학으로 설명이 안 되는 술수들을 모두 미신으로 치부해 버린듯하다. 거대 우주와 미세 세계에 대한 현대과학의 미천한 지식 수준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술수(?)들을 싸잡아 미신으로 분류하는 것은 독단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프롤로그에서 책을 여는 말들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근에서야 분자생물학이나 후성유전학 등을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과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개인의 본성 및 성격 등이 연구되고 있고, 인간의 성격 등은 환경과 유전에 의해 결정되고 있음을 이제야 겨우 조금씩 설명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런 현대과학의 수준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모두 미신으로 분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저자는 많은 자료들을 폭넓게 수집하고 광범위한 자료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솜씨가 있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사주명리학이나 주역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을 보면 각 분야에 대한 공부가 깊지는 못하다는 점을 살짝살짝 드러내고 있다. 수상(手相)이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어떻게 주먹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된다거나, 주역점을 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동전 3개로 보는 간단한 방법이 전부인 것처럼 소개하는 등이 그렇다. 이 책이 갖고 있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저자는 “과학자가 믿고 과학자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진실이어서 과학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증명되었기에 과학인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이 무언인지에 대한 엉성한(?) 정의를 갖고 그것을 잣대로 과학 여부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진실도 변화하고 정의도 변화하며 법 자체도 변화하는 무상(無常)의 부처님 가르침을 잊은 듯하다. 과학적이라고 확신했던 지식들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 시대에 진리라고 통용되고 있는 과학 지식이 절대적 진리이고 과학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천동설, 창조론, 뉴튼 역학 등에서 보듯이 우리는 역사적으로 그렇지 않음을 수없이 보아 오고 있다.

 

어쨌든 이 책은 미신-저자가 말하는 미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고 무언가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 연약한 우리들에게 이성적인(이것 자체도 미신이지만)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어쩌면 저자는 독자들이 이슈를 제기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쓴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도 들지만,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이야기로 풀어낸 작가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