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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스님(2020), 『탄허 선사의 사교회통사상』을 읽다.

아진돌 2021. 7. 13. 07:57

문광스님(권기완)(2020), 『탄허 선사의 사교회통사상(呑虛 禪師의 四敎會通思想)』, 서울 : 민족사, 초판1쇄 2020.8.25. 초판2쇄 2020.11.17.

 

2020년 7월 11일(일)에  드디어 『呑虛 禪師의 四敎會通思想』을 일독하였다. 노은도서관에서 처음 이 책을 빌린지 서너달은 된 듯하니 드디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탄허 스님께서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 등 4교(四敎)가 다르지 않음을 밝힌 사교회통사상(四敎會通思想)에 대한 연구도서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책머리에는 탄허 스님의 제자이시며 탄허기념박물관장이신 혜거 스님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서언에서 저자는 2019년 1월 21일 처음으로 꿈에서 탄허스님을 만나 뵈었다고 한다. 그토록 고대했던 분이었는데 박사 논문을 완성하고 나니 드디어 꿈에서 친견을 허락해 주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제1장 연구의 연기에서 연구목적 등을 제시하였고 맨 끝의 맺음말에서 각 장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탄허의 생애를 회통사상의 형성이라는 측면에 집중하여 출가 전의 학풍과 출가 후의 법맥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제3장에서는 탄허의 회통사상의 근본원리를 선 사상과 화엄 사상을 통해 추출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불교를 중심으로 역학, 유학, 노장학, 기독교를 회통한 사교회통사상의 실질적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5장에서는 탄허의 삼교의 말세론에 대한 해석과 앞으로 다가올 지구의 미래에 대한 예견인 미래학 그리고 한국의 민족적 역학인 김일부의 『정역』에 대한 그의 독자적인 해석을 분석하고 있다.

 

탄허 택성(呑虛 宅成, 1913-1983)은 전북 김제에서 부친 윤재 김홍규와 모친 최재조 사이에서 5남 3녀 중 차남으로 1913년 음력 1월 15일에 태어났다. 속명은 김금택(金金鐸)이며 자는 간산(艮山)이다. 부친은 보천교 제2인자이자 회계담당자인 목방도인이었다. 토정 이지함 집안과 혼인하여 충남 보령으로 갔고, 이 토정 집안의 학풍에 따라 『주역』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출가 이전 탄허가 물려 받은 유학의 학풍은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1489-1546)에서 토정 이지함 계통으로 이어지는 처가의 학맥과 면암 최익현, 간재 전우에서 이극종으로 이어지는 학풍을 겸한 것으로 정리된다. 『장자』를 공부하다가 막혀서 상원사의 한암 중원(漢巖 重遠, 1876-1951) 스님과 편지로 3년 동안 질문을 하며 서신으로 도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다가 한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셨다. 주역과 정역에 능통하여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예견들을 많이 남기신 분이다.

 

탄허 스님은 보조국사와 한암 스님을 계승하여 진심의 이치를 깨친 뒤에 번뇌와 습기를 제거해 가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주장하셨다. 동 시대에 사셨던 성철 스님(1912-1983)은 보조 사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돈오돈수(頓悟頓修)만이 종문의 정법임을 강력하게 주장하셨던 것과 대비된다. 탄허 스님은 돈오돈수까지 모두 마친다는 것은 육신통(神足通, 天耳通, 他心通, 宿命通, 天眼通, 漏盡通) 가운데 누진통까지 남김없이 구비하여 일체의 신통을 현성할 수 있는 부처님 같은 분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탄허 스님은 항상 불교의 최고봉은 『화엄경』이고, 유교의 최고봉은 『주역』이며, 도교의 최고봉은 『노자』, 『장자』라고 하셨다. 탄허 스님은 유·불·선 삼교의 핵심사상으로 극기(克己)와 무기(無己)와 무아(無我)를 들었으며, 삼교의 종지는 결국 “내가 없음”이라고 강조하셨다. 사람이 태어나서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당대에 무아가 되고자 발심을 하고 무아가 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탄허 스님이 기독교 『성경』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 애호했던 구절은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나니…”라는 말씀이었다. 중국어 성경에서는 이를 虛心者受福(허심자수복)으로 번역하고 있음을 말씀하시면서 서양 선교사들이 성서를 중국에서 처음 번역했을 때의 번역인 “허심”이 지금의 한글 번역인 “마음이 가난한 자”보다 훨씬 근본에 부합한 번역이라고 하셨다.

 

마지막 장에서는 탄허 스님께서 미래를 예견한 말들을 소개하고 있다. 木克土 -> 金克木 -> 火克金 -> 水克火 -> 土克水로 이어지는 문명의 흐름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土의 시대를 맨손의 시대로 수의 시대를 수소 폭탄의 시대로 소개하고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土의 시대는 구석기 시대, 木의 시대는 신석기 시대, 金의 시대는 20세기까지의 철기의 시대, 火의 시대는 석유의 시대, 水의 시대는 수소 시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일부 김항 선생께서 정역을 지으신 후로 주희가 모르겠다고 주를 달았던 주역 설괘전 6장의 내용이 명확해 진 말씀과 주역과 정역을 기본으로 지구의 축이 바로 서고 일년이 정확하게 360일이 되는 정역 시대가 도래한다는 예견은 주역과 정역을 공부하면서 들었던 것과 동일하다. 이런 이야기들이 탄허 스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었던 주역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