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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고은 지음, 『고은 장편소설 화엄경』을 읽다.

아진돌 2021. 10. 26. 09:32

고은(1992), 『고은 장편소설 화엄경』, 서울 : 민음사, 초판1쇄 1991.7.15. 초판14쇄 1992.5.25.

 

2021년 10월 24일에 고은(高銀, 1933- ) 선생의 장편소설 『고은 장편소설 - 화엄경』 일독을 마쳤다. 1992년에 발행된 초판 14쇄본인 것을 보면 아마 1992년에 이 책을 샀던 것 같다. 불교 경전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이 책이 『화엄경』 제34장 입법계품(入法界品)을 소설 형식으로 쓴 책이라는 것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화엄경』을 일독한 후 누렇게 변한 이 책을 꺼내 다시 읽으며 선재동자의 구도행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서문 형식의 작가의 말에 따르면, 1959년에 선학원에서 운허(耘虛 龍夏 李鶴洙) 스님께서 화엄경을 보라 하셨는데, 운허스님이 고은 선생에게 하필 화엄경을 보라 한 것은 화엄경 입법계품 안의 남순동자 선재(南巡童子 善財)가 진리를 찾아 다니는 오랜 편력 일대기를 서사시로 쓰라는 뜻이었다고 회상한다. 운허스님은 그의 재종형인 춘원 이광수가 쓰려다가 쓰지 못한 것을 나를 통해 이루려는 의도였다고 회상하며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1969년 『어린 나그네』를 독서신문에 서사시가 아니라 산문으로 연재하기 시작하였고, 연재가 끝난 후 1974년에 연재된 부분만으로 책을 내었다고 한다. 이 책의 체계로 살펴 볼 때 「소나강의 새벽」에서 「아아, 영원한 강물 위의 여행」까지라고 한다. 그 후 1991년에 22년에 걸쳐 이 구도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선재동자는 강보에 싸여 강물을 따라 떠내려오다 문수보살님이 구해준 어린 아이다. 선재동자는 인도 대륙의 남쪽을 순례하며 여러 계층의 선지식 53명을 만나 가르침을 얻는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스승을 만나러 갈 때 안내했던 사람 등을 포함하면 60여 명이 넘는다. 후반부에서는 관세음보살도 만나고 꿈에서 마야부인도 만나며, 끝으로 보현보살을 만나면서 순행을 마친다.

 

고은 선생은 인도 지역을 답사 하신 듯하다. 소설 속에서 선재가 순례하는 지역의 풍경과 나무들을 기술한 글들을 읽을 때는 직접 우리가 선재동자가 되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서두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을 첨부하였다. 고은 선생은 2018년 미투 운동 때 최영미 시인에 의해 과거 상습적인 성추행 행각이 폭로되면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