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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박권(2021),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를 읽다.

아진돌 2023. 1. 14. 11:47

박권(2021),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양자역학, 창발하는 우주, 생명, 의미』, 서울: 도서출판 동아시아, 초판1쇄 2021.10.15. 초판6쇄 2022.10.17.

 

2023년 1월 8일과 1월 9일 이틀에 걸쳐 고등과학원 박권 교수가 지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를 감명 깊게 읽었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물질의 상태를 기술하는 슈뢰딩거 방정식 즉, 파동함수를 시작으로 원자, 빛, 힘, 물질, 시간, 존재 등에 관한 양자역학 이론들을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박권 교수는 이론물리학자로 개별입자의 합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스템의 행동을 양자역학 수준에서 설명하는 양자다체문제(Quantum many-body problem)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들어가며에서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과학은 왜(why)가 아닌 어떻게(how)를 묻는다. 즉,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이렇게 ‘어떻게’라는 질문의 사슬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결국 무엇을 만나게 될까? 우리는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을 만나게 된다”라고 말한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들어가며’까지를 읽고 이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곧바로 주문하였다.

 

양자역학에 관한 입문서를 외국 서적의 번역본으로만 접하던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필력이 좋은 물리학자가 계시는구나라고 감탄하게 되었다. 이런 책은 무조건 사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저 없이 주문하였다. 장하석 박사는 추천의 글에서 “책을 보면서 여러 번 놀라고 감탄했다. (중략) 또 한 가지 기쁜 것은 국내에서 우리말로 쓰인 역작이 탄생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명리학에서 말하는 도식운(倒食運) 즉, 밥그릇을 차 버린다는 대운 기간을 힘들게 살아왔다. 생일이 지나고 입춘을 앞에 둔 새해부터 대운이 바뀌어 새로운 대운으로 접어들었다. 예상치 못한 아내(나의 일주는 庚申이다)의 도움으로 숨통이 트이는 일을 겪은 후 올해에는 명리학과 구성학 등을 제대로 공부해 보겠다고 결심하였다. 우선 서양과학에서 우주의 법칙을 가장 잘 설명하는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읽어 보기로 하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도 이 책에서 3쪽(168~170쪽)에 걸쳐 운명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데카르트 이후 서양과학의 주요 관점인 기계론적 세계관 즉, 과학적 결정론이라는 관점을 설명하고, 최근의 양자역학적 관점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우주의 현재 상태는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의 운명은 파동함수에 의해 결정되므로 양자역학도 결정론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코펜하겐 해석에 따라 물리적인 측정이 이루어지면 파동함수는 붕괴되며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므로 우주의 운명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서 “운명이란 단순히 결정론이나 자유의지가 아니라,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교차점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나는 저자의 견해에 공감하면서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파동함수가 붕괴되면서 남기는 확률은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제4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우주의 모든 입자는 마치 쌍둥이와 같은 반입자(antiparticle)가 존재한다. 입자와 반입자는 전하가 반대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물리적 성질이 동일하다”라는 것은 동양철학의 기본이 되는 음양오행론에서 음양이론과 같다. 입자-반입자 개념은 실험을 통해 구체화되고 증명된 개념이고 음양 개념은 옛 선인들 사유의 결과이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양자역학을 기술하는 일련의 준거적 방정식들과 목화토금수라는 물질의 개념으로 추상화된 오행론(서구 과학적 관점에서 ‘이론’인지는 아직 모르지만)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책은 양자역학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쉬우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소개하는 외국 서적에서는 방정식을 쓰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는 듯하나, 이 책에서는 과감하게 그 틀을 깨고 간략한 방정식을 같이 소개하고 있어서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19세기 후반부터 막스 플랑크의 에너지는 양자화되어 있다는 가설을 계기로 태동된 양자역학의 개념을 확실히 잡아주는 책이다.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부터 화학 시간에 배운 원자의 구조,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라는 네 가지 근본적인 힘, 물질과 시간의 양자역학적 이론, 정보이론과 힉스 메커니즘까지 공부할 수 있다.

 

저자는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준 모든 것을 간략하게 아래와 같이 요약해주고 있다. 첫째, 양자역학은 파동함수의 공명을 통해 원자를 안정시킨다. 둘째, 양자역학은 데이지 대칭성을 통해 힘의 원리를 제공한다. 셋째, 양자역학은 카오스와 결합해 열역학 제2법칙을 발생시킨다. 넷째, 양자역학은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통해 우주의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다.

 

좋은 책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신 박권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 그림은 이 책의 내용을 총정리한 그림으로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