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Björn Natthiko Lindeblad) 지음, 박미경 옮김(2022),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I May Be Wrong)』, 경기도 파주시: 다산북스, 초판1쇄 2022.4.18., 초판41쇄 2022.12.13.
2023년 새해를 맞아 저의 블로그를 방문하여 주신 많은 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1월 1일 새해를 맞아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었다.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으로 스웨덴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책이라고 한다. 대전광역시의 도서관마다 비치되어 있으나 계속 대출 중이라서 기다리지 못하고 책을 샀다. 이 책은 스웨덴에서 출생한 저자가 태국 치앙마이 근처의 남방불교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어 17년간 수행을 한 후 환속하여 승려 생활을 통해 체득한 생활의 지혜를 일반인들에게 소개한 책이다.
저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Björn Natthiko Lindeblad)는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나 23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후 스웨덴 최대의 가스업체였던 AGA 사의 역대 최연소 재무담당 최고책임자가 될 예정이었다. 『선(禪)과 모터사이클』이라는 책을 읽으며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고요함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1992년 1월에 태국 치앙마이 근처 밀림의 ‘숲속 사원’으로 출가하여 태국어로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뜻의 ‘나티코(Natthiko)’라는 법명을 받아 파란 눈의 스님으로 17년 동안 수행하신 분이다.
10년을 태국에서 남방불교의 계율을 지키며 탁발한 음식으로 하루 한 끼를 먹고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수행 생활을 한다. 그 후에는 영국의 ‘숲속 사원’에서 7년 동안 보낸 후 2008년에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일반인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다가 2010년에 스웨덴 TV에도 출연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으나 2018년에 루게릭병을 진단받는다. 2022년 1월에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분이다.
이 책은 2020년 말에 스웨덴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의 열광 속에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된 책으로 세계 24개 국가에 판권이 수출되었다고 한다. 서양인이 동양의 남방불교 사원으로 출가하여 호흡법에 의한 명상을 배우고 승려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로,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는 초능력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스님으로 출가하여 17년간 수행하면서 체득하신 가르침들을 잔잔하게 풀어 주고 있는 책이라 하루 만에 완독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 앉기도 힘든 지경이 되었지만, 마음은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토불교 대학에서 불교 공부를 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경험했던 호흡법에 의한 명상을 할 때 머릿속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잡생각들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이가 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마음이 금세 고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잠깐 동안은 그럴 수 있지만, 정말 잠깐입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참고로 명상 수련 과정에 참여하여 두 번째 날에 겪었던 경험담과 승려가 된 후 좌선할 때 겪었던 명상 경험담을 읽으며, 명상할 때 잡념과 싸우는 과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솔직하게 소개해주어서 감동하였다. 명상을 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내려놓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명상 중에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면, “아! 희한한 생각이 또 떠올랐군. 괜찮아. 어차피 난 그 생각을 놓아 버릴 거니까”라고 생각하라는 팁을 주신다. 나도 다시 해보자는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었다. 경험담을 캡처하여 아래에 올려놓았다.
이 책은 경어체 문장으로 쓰여 있어서, 저자의 말이 읽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옳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투고 스스로 마음을 상해서 괴로워하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지구상에서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고 쉽게 인정하는 자아를 과연 단 한 사람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 있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살아가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틀릴 수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해질 방법은 흔치 않습니다”라는 말을 마음에 깊이 새기기로 결심해 본다.
우리는 마음 공부를 할 때마다 나를 내려놓으라고 배운다. 결코 실천하기 쉽지 않은 덕목이다. 저자는 “화난 사람에게 절대로 내려놓으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그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상대를 자극할 뿐이니까요. 내려놓으라고 말해야 할 상대는 자기 자신뿐입니다”라는 큰 가르침을 주신다.
새해 첫날에 좋은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았다. 많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큰 스님들이 많으셨고 지금도 많으신데도 스님들께서 수행하시면서 겪으셨던 경험을 글로 남기신 사례가 많지 않은 듯하다. 제자들에게만 전수되어 그런 것 같다. 오직 도를 깨우치신 후 말씀하신 오도송만이 공개되어 있다.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우리의 불교계에서도 요즘처럼 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마음고생이 많은 중생들을 위해 이런 경험담을 남겨주시는 큰 스님들이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은 후 도서관에서 법정 스님 평전처럼 쓰신 장혜민 님의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행복』이라는 책을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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