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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행 /문화유산탐방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 다녀오다.

아진돌 2023. 2. 6. 18:32

2023년 2월 5일(일)에 대전 한겨레산악회를 따라 해파랑길 4구간(포항 구간) 14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53-1에 있는 일본인 가옥거리를 둘러보았다. 전북 군산시에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건축한 건물들을 활용하여 근대역사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군산시는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된 항구 도시인데 반해, 이곳은 고등어 잡이 어업을 위해 일본인들이 정착한 곳이다.

 

일본인 가옥거리 리플렛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구룡포 이주는 100여년 전인 1906년 가가와현 어업단 ‘소전조(小田組)’ 80여 척이 고등어 등 어패류를 따라 구룡포에 오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입구에서 계단을 오르기 전에 좌측으로 들어가면 일본인들이 살았던 적산가옥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때 대등여관이었던 건물은 1938년에 지어진 목조 건물로 지금은 까멜리아라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고,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일심정이란 요정이 있던 건물은 여든여덟밤이라는 일본식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골목은 수년 전 모 방송국의 인기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일본 거리 촬영 때 이곳 구룡포 읍내 장안동 골목이 촬영 세트로 이용됐었다고 한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공원이 있고 그 안에 선원들의 무사고를 빌던 용왕당도 보인다. 돌계단 양쪽으로 비석을 세워놓았는데 비석마다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영일군수 김우복, 영일교육감 임종락, 제일제당 구룡포통조림공장 하사룡, 이판길 등등, 단기4276년(1943) 7월에 세웠다는 기록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단과 비석에 세워진 것을 일본인에 의한 것으로 1920년대쯤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집단 거주지를 만든 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공원을 꾸미고 비석에 이름을 새겨놓았었는데, 일본인들이 떠나자 시멘트를 발라 기록을 모두 덮어버린 뒤, 비석을 거꾸로 돌려 그곳에 구룡포 공원 충혼각을 세우는데 후원한 분들의 이름을 새겼다고 한다.

 

돌계단에 걸터 앉아 일본인 골목을 바라보면 1920~30년대 한국 속의 일본을 엿볼 수 있다. 사라진 흔적들이지만 오래도록 역사에 남겨야 할 현장임에 틀림없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는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촬영 장면 사진이 인쇄된 그림이 걸려 있고, 많은 젊은이들이 주인공들의 자세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포항시 문화관광 홈페이지의 포항 12경 소개글에 의하면 공원 계단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어촌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서민의 생활상이 잘 드러난다고 해서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받은 곳이라고 한다.

 

계단 바로 위에는 아홉 마리 용의 형상이 있다. 구룡포는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하여 구룡포라 부른다고 한다. 바로 위에는 충혼각과 충혼비가 있다. 충혼각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60년 건립하였으며, 한국전쟁에 참전하였다가 산화한 포항지역 출신 전몰군경을 비롯해 235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충혼각 앞에는 충혼탑이 구룡포 바다를 바라보며 세워져 있다. 이 탑도 6·25전쟁 등 대한민국을 수호하시다 장렬히 산화하신 포항지역 출신 전몰군경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하여 1960년 건립하였다고 한다.

 

충혼각이 있는 이 공원은 일본 신사터인 것이 분명한데도 안내 리플렛이나 안내판에서는 이를 언급한 기록이 한 곳도 없었다. 일본 신사는 만물의 혼령을 모시는 사당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의 슬픈 역사 장소를 복원하여 후손들에게 치욕적인 우리의 역사를 알리는 장소로 쓰이고 있는 곳이니, 일본 신사 자리라고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일본 신사 자리에 전몰군경을 모시는 충혼각과 충혼탑을 세운 것은 일본 신사의 본래 목적과 의미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숭배의 대상만 바꾸는 식으로 겉모양만 바꾼 꼴이다. 지금이라도 신사 자리라고 밝히고 충혼각과 충혼탑 대신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밟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서 신사 자리를 모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계단을 내려와서 죄회전하여 골목으로 들어가면 구룡포 근대역사관이 있다. 이 건물은 1920년대 가가와현에서 온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가 살림집으로 지은 2층 일본식 목조가옥이다.(참고 자료 : 포항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s://www.pohang.go.kr/phtour/index.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