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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를 읽다.

아진돌 2023. 10. 13. 08:30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 지음, 배규원·유지황 옮김(2023), 『신의 역사 - 신의 탄생과 정신의 모험』, 서울: 교양인, 초판1쇄 2023.7.31. 초판2쇄 1023.8.21.

 

2023년 10월 12일에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를 읽었다. 이희수 교수의 『인류본사』를 읽은 후 또 다른 역사책을 읽었다. 이 책은 1993년에 발간된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의 『A History of God』를 번역한 책이다. 원문의 책 이름이 “A History~”일까라는 점과 1993년에 발간된 책을 2023년에서야 30년만에 번역본이 나왔을까라는 점이 궁금하여 734쪽의 두꺼운 책을 읽었다.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영국의 세계적인 종교학자로 소개되고 있다. 1962년 17살의 나이에 로마 카톨릭교회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7년만에 환속한 여성이다. 기원전 2000년경 아브라함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 정신이 신을 탐구하는 궤적을 축적하는 걸작 『신의 역사』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종교학자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로 발돋음 했다고 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이 “아브라함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신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가의 역사”라고 소개하며, 너무 큰 주제를 다루는 까딹에 이 책은 의도적으로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이 숭배하는 ‘유일신’에 국한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신(god)의 역사라기 보다는 세 종교의 유일신으로 개신교에서 하나님으로 숭배하는 신(God)의 역사이다.

 

신의 개념이 점차 생겨나던 약 1만 4천년 전 고대 중동에서부터 시작하여, 기원전 20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가나안에 정착한 아브라함 시대로부터 유일신에 관한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유대교의 신, 예수 탄생 이후의 기독교의 신과 이슬람교 신의 역사를 제시하고 있다. 두분의 번역자들이 모두 기독교 계통의 신학자들이라서 사용한 번역어들이 비신자들에게는 낯설어 보여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제2장에서 그리스도교 이전의 유대교에 대한 역사를 통해 유일신의 탄생 역사를 기술하고, 제3장에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비우스 다리 전투에서 승리한 후 313년에 기독교를 공인할 때까지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제4장과 제5장에서는 각각 기독교의 신, 이스람교의 신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제6장 철학자의 신부터 제9장 계몽주의 신에서는 철학적으로 변화하는 신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제10장은 ‘신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프로이트, 칼르 융 등 철학자들의 신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학살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신 이해에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는 “4천년 동안 신 개념은 당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적응해 왔으나, 20세기에 들어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신이 더는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발견했다.”고 피력한다.

 

현대 과학은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은 우주체계 내에서 신 존재의 여지를 인정하지 않는 스티브 호킹 같은 과학자들의 우주론에 실망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아마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은 순전히 과학적 문제이며 종교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던 관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신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아마 인류에게 종교는 계속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신을 믿는 종교와 다르게 신에 의지하지 않는 불교에 서양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다음과 같이 마무리 하고 있다. “인간은 공허함과 황량함을 견딜 수 없기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그 공백을 채울 것이다. 근본주의의 우상은 신을 대신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한 활기찬 신앙을 창조하려면 신의 역사에서 교훈과 경고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