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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산사에 다녀오다.

아진돌 2024. 5. 26. 11:38

2024년 5월 19일(일) 대전 한겨레산악회를 따라 해파랑길 9구간(양양 속초 구간) 44코스를 걸으며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강현면 낙산사로 100(강현면 전진리 57-1)에 있는 낙산사를 둘러보았다. 낙산사(洛山寺)는 강현면 오봉산(五峰山)에 있으며, 남북국시대 통일신라의  의상 대사(義相, 625~702)께서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新興寺)의 말사이다.
 
양양 낙산사는 2005년 산불피해 이후 3차례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로 남북국시대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건물지와 기와편들이 다량 출토되어, 신라 문무왕 11년(671년)에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이후 헌안왕 2년(858년)에 범일국사, 조선 초기 세조 연간에 중창되는 등 수 차례의 중창 불사를 거친 역사적 사찰임이 확인되었다. 사찰 경내에는 조선전기의 7층 석탑과 원통보전의 담장, 홍예문, 사리탑, 홍련암과 의상대 등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낙산사는 해변에 위치한 특이한 구조를 갖춘 사찰로,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도량 중의 하나이다. 낙산은 범어 보타락가(補陀落伽, Potalaka)의 준말로서 관세음보살이 항상 머무르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오봉산을 낙산이라 부른다.

인도 등과 같이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관음도량은 모두 바다에 접하여 있다.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紅蓮庵), 서해의 보문사(普門寺), 남해의 보리암(菩提庵)을 3대 관음성지로 꼽아왔다. 최근에는 여수 향일암(向日庵)을 포함해서 4대 관음도량으로 불리기도 하고 휴휴암이 또 다른 관음도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낙산사는 지난 2005년 4월 4일 오후 23시 50분경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사교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 이 산불로 인해 보물(예전의 지정 번호 제479호)로 지정되었던 낙산사 동종도 녹아내렸다. 현재는 녹아내린 동종의 흔적이 낙산사 안의 의상대사 기념관 안에 전시되어 있다. 원통보전에 모셔져 있던 건칠관세음보살좌상은 당시 주지 정념스님과 대중들의 노력으로 화마를 피해 안전한 장소로 옮겨졌다가 지금은 복원된 원통보전에 모셔져 있다.
 
당시 산불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이전부터 낙산사 주변에서 물을 뿌리며 확산을 막던 소방헬기들도 다른 곳의 불을 끄느라 도저히 낙산사로 올 수 없었고 불을 끄러 온 소방차가 오히려 불에 탈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진행된 재건사업으로 2007년에 원통보전이 복원되었고, 모두 3차에 걸쳐 중창이 이루어졌다. 이 산불에서도 원통보전 앞의 사천왕문과 보타전 등은 화마를 피했다고 한다. 문화재청(현재의 국가유산청)은 2007년에 원통보전, 범종루, 심검당, 취숙헌, 선열당, 홍예문 누각, 홍련암 연화당, 해우소 등을 신축하였고, 2009년에는 설선당, 근행당, 응향각, 정취전, 취숙헌, 고향실, 빈일루, 대성문 등을 신축하였다. 현재 화재로 손실된 사찰의 모습은 복원되었고, 주변 숲은 회복 중에 있다.
 
낙산사는 크게 4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홍련암 구역, 해수관음상 구역, 보타전 구역, 원통보전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해파랑길에서 진입하면 의상대와 홍련암이 있는 홍련암 구역을 먼저 구경하게 되고, 보타전이 있는 보타전 구역을 구경한 후 해수관음상과 관음전이 있는 해수관음상 구역에서 소원을 빌어보며 전망을 구경한다. 보타전 구역으로 다시 내려와 원통보전 구역으로 올라가서 사천왕문을 지나 7층석탑과 원통보전을 돌아보고 유명한 원통보전 담장을 구경하게 된다. 원통보전에서 홍예문을 지나 일주문 쪽으로 내려오면 다시 해파랑길을 만난다.
 
낙산해변에서 올라가면  의상대와 홍련암이 있는 곳을 먼저 가게 된다.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은 송강 정철(1536~1593) 선생의 <관동별곡>에 소개된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로 동해 일출경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낙산사 동쪽 해변에 있는 홍련암은 통일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의상대사가 세웠고 광해군 12년(1619년)에 고쳐 세운 기록이 남아 있으나, 지금 있는 건물은 고종 6년(1869년)에 고쳐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의상대는 671년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창건할 당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곳으로 해안 암벽 위에 설치한 정자이다.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홍련 속의 관음보살을 친견하여 설치한 암자이다.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붉은 연꽃 위에 나타난 관세음보살을 직접 본 곳에 지은 암자로 낙산사의 산내 암자이다. 건물 규모는 전면 3칸, 측면 3칸으로 팔작지붕 건물이며, 당우가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어 문을 옆면에 달아 앞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법당 안에는 조그만 관음보살좌상을 모시고 있다.
 
홍련암과 의상대를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서 직진하면 보타전 구역이다. 관세음보살상이 있는 연못 뒤로 2층 누각이 있고 누각 뒤로는 7층석탑과 보타전이 자리잡고 있다. 보타전을 바라보고 우측에는 지장전이 있다. 보타전은 1991년에 불사를 시작하여 1993년에 회향한 전각으로 전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제법 웅장한 규모이다. 외부 벽화는 의상대사의 일대기가 그려져 있고 내부에는 천수관음상과 7가지 모습으로 변신한 칠관음상 등 다양한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어서 웅장하다. 2005년 산불 때도 피해를 입지 않은 전각이다.
 
원통보전 구역은 보타전을 바라보고 좌측의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2005년 산불 때 피해를 보지 않은 사천왕문을 지나 들어가면 칠층석탑과 새롭게 복원된 원통보전이 있다.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만나 산 정상에 대나무 한 쌍이 솟아난 곳에 불전을 지으라는 계시를 받고 지은 전각이 원통보전이라고 한다. 2005년 산불 때 소실된 후 2007년 11월에 복원하였다. 전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을 올린 다포식 건물로 처마가 높게 치솟은 구조이다. 전각을 중창할 때는 당시의 최고 건축술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처마 선이 너무 높게 올라가 있어서 중후한 느낌보다는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세음보살의 따뜻한 느낌을 받기보다는 약간 날카로운 느낌을 받는 것은 불심이 약한 탓으로 돌려본다.
 
다른 곳의 전각들과는 달리 원통보전은 사각의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포털에서 소개한 글을 보면, 조선 세조(1417-1468, 재위 1455-1468)가 낙산사를 고쳐 지을 때, 처음 이 담장을 지었는데 대부분 터만 남아 있어 최근에 연결·보수하였다고 한다. 안쪽의 담벽을 기와로 쌓고, 바깥쪽은 막돌로 쌓은 이 담벽은 높이 3.7m, 길이 220m이다. 암키와와 흙을 차례로 다져 쌓으면서 위아래로 줄을 맞추고, 일정한 간격으로 둥근 화강석을 배치하여 단조로운 벽면을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법당을 향하고 있는 담장 안쪽에는 밑부분에 2층의 길게 다듬은 돌 기단을 깔고, 그 위에 다시 한 층의 긴 받침돌을 놓았다. 담장 위에는 기와로 지붕을 이어 담벽을 보호하도록 하였다.
 
원통보전을 둘러보고 일주문 쪽으로 내려오면 홍예문을 만난다. 조선 세조 13년(1467년)에 왕이 낙산사에 행차하여 절 입구에 세운 무지개 모양의 돌문이다. 당시 강원도는 26개의 고을이 있었는데, 세조의 뜻에 따라 각 고을의 수령이 석재를 하나씩 내어 26개의 화강석으로 홍예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문 위에는 전면 3칸, 측면 1칸의 문루가 있다. 2005년 산불 때 소실된 후 복원한 것이다.
 
해파랑길을 걸으며 바닷가에서 접근하다 보니, 후문으로 들어가서 일주문이 있는 정문으로 나온 셈이다. 낙산사에서 한 시간 정도를 머무르며 주마간산격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으나, 관세음보살님께 삼배도 올리지 못하고 신발 끈도 풀지 않고 반 배로 예를 표하며 둘러보았다. 신라 때 원효대사께서도 이곳을 방문했을 때 관세음보살을 친견하지 못했다는 설화도 있지만, 예를 올리지 못하고 다녀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낙산사를 둘러볼 수 있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언젠가 하루쯤 머물면서 참배도 하고 작은 성의로 시주도 올리고 기도도 드리러 와봐야겠다.
 

▲ 낙산사 해수관음상
▲ 삼거리에서 우측 의상대와 홍련암을 먼저 보러 간다.
▲ 관동팔경의 하나인 의상대
▲ 의상대에서 바라본 홍련암
▲ 홍련암 가는 길에 뒤돌아본 의상대
▲ 홍련암 감로수 - 관세음보살님께서 들고 계신 약병에서 물이 나온다.
▲ 홍련암 범종
▲ 홍련암 연하당
▲ 홍련암에서 바라본 연하당

 

▲ 보타전 구역의 입구
▲ 보타전 구역의 누각
▲ 보타전
▲ 보타전 구역의 지장전
▲ 보타전과 칠층석탑
▲ 보타전에 모신 관세음보살상
▲ 보타전 뒤 산신각
▲ 산신각이라는 전각 이름에 맞게 산신탱이 중앙에 모셔져 있다.
▲ 해수관음상 구역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뒤돌아본 보타전 구역
▲ 보타전
▲ 해수관음상 올라가는 길
▲ 해수관음상 옆의 종각
▲ 나무관세음보살 - 해수관음상
▲ 해수관음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산해변
▲ 해수관음상 밑의 관음전
▲ 원통보전 구역의 입구에 있는 사천왕문
▲ 원통보전 구역의 범종각
▲ 응향각(凝香閣)
▲ 입을 다물고 있는 대성문 훔금강역사
▲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대성문 아금강역사 - 아 훔은 인도어의 알파와 오메가
▲ 부도전
▲ 홍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