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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행 /문화유산탐방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다녀오다.

아진돌 2025. 1. 19. 11:38

2025년 1월 12일(일)에 대전광역시 한밭문화원에서 주관하는 2025년 1월 문화탐방에 참여하여 다섯 번째 답사지로 인천광역시 연수구 센트럴로 217(송도동 24-8)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다녀왔다. 2024년 현재 인천광역시에 건립된 최초이자 유일한 국립박물관이다. 대전광역시에는 아직도 국립박물관이 없는 실정이다. 며칠 전 2025년 1월 8일자 대전일보에 전면으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멋진 건물 사진과 함께 박물관 소개 글이 실려 있었다.

 

2023년 6월에 송도국제도시에서 개관한 국립박물관으로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문자에 특화된 전문 박물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문자 전문 박물관으로는 프랑스 샹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 중국문자박물관에 이은 세계 세 번째 박물관이라고 한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외형부터가 특이하다. 문자가 기록되는 두루마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박물관 홈페이지에는 건축물을 소개하는 글도 게시되어 있다. 박물관 건축물의 이름이 페이지스(Pages)라고 명명하고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건축물 ‘페이지스(Pages)’는 문자가 쓰이는 바탕을 의미하는 건축적 장치이다. 페이지 월(Page Wall)이라는 건축적 바탕을 활용해 우리는 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하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페이지스(Pages)’는 지난 2017년에 국제현상설계공모에서 126: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삼우건축의 작품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송도 센트럴파크에 있는 만큼 독립된 건축 형태보다는 기존 공원과 어우러질 수 있는 수평적이고 유려한 곡선 형태의 열린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산책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내연과 외연이 서로 교차하고 중첩되며 반전되는 연속적인 모습(시퀀스)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는 지하층에서 시작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야외공간이다. 구릉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층별 위치가 헷갈리기도 한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층 입구 로비에서 지하층(M층)으로 내려가면 커다란 바벨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하층에서부터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바벨탑을 지나 쐐기문자부터 한자, 한글과 함께 훈맹정음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내가 무식했던 이야기를 고백하면, 탐방을 떠나기 전에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훈맹정음이라는 단어를 보고 혹시 훈민정음의 오타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다. 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프론트에서 훈맹정음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지하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알고 보니 훈맹정음은 1926년에 강화도 출신의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62자의 한글점자였다. 아직까지도 훈맹정음을 모르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훈맹정음 때문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이곳 인천광역시에 설립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순천향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전시물을 해설해주는 도슨트로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학예사 수준으로 문자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쉽게 자세히 설명해주어 정말 고마웠다.

 

상설전시실의 전시는 국립박물관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멋지게 이루어져 있었다.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프롤로그-위대한 발명, 1부-문자, 길을 열다, 2부-문자, 문화를 만들다, 에필로그- 내일의 문자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박물관에 비치되어 있는 ‘상설 전시 가이드’를 따라가며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스토리 텔링 기법으로 이야기 중심의 전시품을 통해 문자의 발생에서부터 발전과 그 확산 과정을 살펴보고, 다양한 분야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문자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프롤로그 “위대한 발명”, 제1부 "문자, 길을 열다"라는 주제로 쐐기문자, 이집트문자, 마야문자, 라틴문자, 아람문자, 인도・동남아문자, 한자, 한글, 훈맹정음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제2부 "문자, 문화를 만들다"에서는 인쇄술, 번역, 기록, 매체, 서체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에필로그로 “내일의 문자”로 영상, 음성, 이모티콘 등과 인공지능 기반의 통번역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제1부 주요 전시물로는 기원전 2000년~기원전 1600년 경의 점토판으로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내용과 유사한 서아시아의 대홍수 이야기를 기록한 원형 배 점토판, 수메르인들이 만든 쐐기문자로 기록된 수메르 회계 점토판, 이집트 프삼테크 멘티의 카노푸스 단지, 문명과 함께 사라진 마야문자로 기록된 드레스덴 문서, 조선 후기 정조대왕의 명으로 편찬된 오륜행실도, 중국의 전국시대 중기 이전에 한자로 쓰여진 석고문 탁본, 훈민정음 해례본, 1926년에 만들어진 한글점자인 훈맹정음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제2부 주요 전시물로는 구텐베르크 성서의 여호수아서, 루터 성서, 재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 서양 최초의 백과사전인 박물지 등과 문자를 기록하던 나라얌, 페너 등 필기구와 종려나무(야자나무) 나뭇잎에 기록한 패엽이 전시되어 있다. 예술이 된 문자의 예로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인 서울 봉은사 판전의 현판이 전시되어 있다.

 

끝으로 에필로그에서는 영상, 음성, 이모티콘 등으로 문자의 영역이 넓혀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림에서 문자로 향했던 인류가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는 역사의 역설! 그림 문자의 탄생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보람있는 문화탐방이었다. 자세한 내용들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홈페이지를 참조할 수 있다. 박물관 홈페이지 역시 다른 홈페이지 구성과는 조금 다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물 설명을 찾아가기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별전시실에서는 “올랭피아 오디세이 - 문자와 여성, 총체적 예술의 거리에 서다”라는 주제로 프랑스 샹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과의 교류 전시가 되고 있어서 행운이었다. 소개 자료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문자는 의사 표현의 가장 힘 있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여성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올랭피아 오디세이―문자와 여성, 총체적 예술의 거리에 서다》는 시대적으로 자기의 생각이나 의지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생각과 주장은 ‘문자’를 통해 세상에 전해졌으며, 그 글과 문자 예술 작품들은 지금 우리 곁 누군가의 생각이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문자는 이렇듯 세상의 소수자들, 중심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우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 G-타워 33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국립세계문자박물관
▲ 바벨탑 - 다양한 스피커들로 형상화
▲ 라스코 동굴벽화(후기 구석기 시대 - 그림으로 시작한 인류의 문자)
▲ '1부 문자, 길을 열다' 전시공간에 전시된 쐐기문자 유물
▲ 원형 배 점토판 - 고대 서아시아의 홍수 신화를 기록한 쐐기문자(고기후학자들의 연구결과로 대홍수는 실제 사건이었다함)
▲ 쐐기문자를 만든 수메르인은 우리의 선조일 수도 있다는 가설이 있어요.
▲ 옴마니반메움
▲ 중국의 간자체 문자 - 젊은이들이 전통문화를 배우기 위해 대만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번자체 한자를 다시 배워야 하는 실정
▲ 훈맹정음 -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인천에 설립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음.
▲나라얌
▲ 패엽 - 종려(야자)나무 잎에 철필로 쓰면 까맣게 색이 변해 기록되는 패엽
▲ 서울 봉은사 판전의 현판 -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씨
▲ 특별전시실의 기획특별전 "올랭피아 오디세이" 안내문
▲ 문화탐방을 떠나기 전인 2025년 1월 8일자 대전일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