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중환(2016), 『진화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서울: 사이언스북스, 1판 1쇄 2016.5.20. 2쇄 2016.6.3.
2016년 9월 8일에 진화심리학 박사인 전중환 박사의 『본성이 답이다: 진화심리학자의 한국사회보고서』를 읽었다. 지난 7월 17일에 『오래된 연장통(증보판)』을 읽은 후 최근에 발간된 전중환 박사의 최근 저서를 읽었다. 앞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전중환 박사는 오스틴의 텍사스 주립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 교수 밑에서 진화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내 최초의 진화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 한국 사회의 이슈들에 대한 원인 등을 진화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제시한 글이다. 1부 마음의 문제, 2부 폭력의 문제, 3부 협력의 문제, 4부 성의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유인원으로부터 진화되었든 전지전능하신 분으로부터 참조되었든 우리의 DNA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저자는 우리는 사실 아주 특별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을 필두로 인간 본성의 과학들이 인간 삶과 사회에 대해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p. 8)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다. 일반 대중은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은 잘 이해 안 되어도 과학으로 받아들인다. 그 보다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진화이론은 선뜻 과학으로 대접하지 않는다(p. 10).”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이 사회현상을 설명하면 마치 그 현상이 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을 우려하여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다. 진화적 설명으로부터 검증 가능한 새로운 예측이 충부하게 얻어진다(p. 11). 과학은 어떤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결코 그런 현상이 정당하다고 면죄부를 발급하지 않는다. (중략) 진화심리학은 전쟁, 살인, 영아 살해, 아동 학대 같은 사회악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이러한 인과적 설명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사회악을 보다 효과적으로 줄이는 해결방안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p. 11). 과학은 어떤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할 뿐이다. 그 현상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려함이 아니다. 지진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이 지진이 필요악이라 부르짖지 않는 것과 같다(p. 218).
미국의 노예제도와 남북전쟁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스토우 부인이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출간 즉시 대박 작품이 되었으며, 무려 30만부나 팔려서 노예제도 폐지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미국 내전에 한창 진행 중이던 1862년에 스토우 부인은 백악관을 방문하였다. 키가 150센티미터도 안 되는 부인을 보고 링컨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이 엄청난 전쟁을 일으킨 바로 그 작은 여성이군요!”(p. 111).
육아지침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구절이다. 어린이들이 세 살부터는 혼자 자는 습관을 들여야 독립심과 자존심이 길러진다는 육아지침에 일침을 놓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는 없다고 한다고 한다. 정반대로 어릴 때 혼자서 잤던 이들은 부모와 함께 잤던 어른보다 덜 행복해 하며, 다루기도 더 어렵고 지존심도 낮다는 것을 발견한 연구들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모든 고등 영장류 중에서 암컷들도 새끼와 바짝 붙어 잠을 잔다. 엄마가 함께 자는 아이는 자다가 갑자기 깨어서 목 놓아 우는 일이 거의 없다. 결국 아니는 편안히 잠을 진수 있다(p.201-202).
인간의 DNA에 내재되어 있는 심리기제들로 모든 사람들이 똑 같이 행동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즉 진화심리학이 결정론적 예언을 하는 학문으로 오해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사람이 사주팔자에 운명을 타고나면 사주팔자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오해하거나, 명리학이 미래에 대해서는 적중률이 많이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것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구절도 있다. “인간의 마음은 외부의 특정한 환경조건이 있을 때만 비로소 반응하도록 설계된 수많은 심리적 도구들의 묶음이다”(p. 95)라는 구절이 눈에 확 들어 왔다.
책의 목차와 함께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력 등에 대한 남녀 간의 성에 대한 인식의차이를 설명한 부분을 사진으로 올린다. 남자들이나 여자들이 여성의 행동에 대해 오해하도록 진화한 남자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남자인 내가 생각해도 맞는 것 같다.
(후기)
위의 글은 2018년 12월 30일에 케네스 밀러 지음, 김성훈 옮김(2018), 『인간의 본능』을 읽기 전에 쓴 글이다. 케네스 밀러의 『인간의 본능』 제4장을 읽으며 진화생물학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케네스 밀러는 "진화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도출되는 연구결과의 상당수는 결국 순전히 추측, 그리고 인간의 특성 행동이 어떻게 기원했는가에 대한 연구자의 편견을 확인해주는 일련의 근거없는 설명(just-so story)에 불과하다"는 논평을 접하게 되었고 나도 거기에 동의가 된다. 물론 케네스 밀러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진화심리학이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학문적인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러한 의견이 있음을 염두에 두고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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