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즐거운 여행 /조계종 교구본사 순례

대한불교총본산 조계사에 다녀오다.

아진돌 2020. 8. 2. 12:15

삼보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정토불교대학 봄학기에 등록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주로 온라인 교육을 받으며 부처님의 높고 깊은 법문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중에 대한불교 조계종 25개 교구의 본사들을 모두 답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 첫 번째 답사로 직할교구본사인 서울의 조계사를 찾아가는 것으로 계획을 실행하게 되었다.

   

2020년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5(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조계사에 다녀왔다. 서울행 무궁화호를 타고 여행을 시작하였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역사에 있는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1호선 지하철을 이용하여 종각역에서 내려 걸었다. 오랜만에 안국동 로터리 쪽으로 걸어보는 견지동 길이다. 길가에 연달아 문을 열고 있는 불교용품점들을 기웃거리며 걷다 보니 길가에 연꽃들이 피어 있는 일주문 앞에 도착하였다.

   

대한불교총본산 조계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 들어가니 연꽃 화분들이 절 마당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연꽃들이 장관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연꽃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조계사는 70년대에 가보고 그 이후에는 가본 기억이 없지만 낯설지 않은 절이다.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게 되는 대웅전이기 때문이리라. 대웅전 옆에는 커다란 백송이 있고 대웅전을 앞에는 아름드리 회화나무가 있어서 이곳이 예전에는 양반들이 살던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웅전 뒤쪽에 있는 역사문화기념관을 바라보고 오른쪽에는 나무줄기의 지름이 한자는 넘을 것 같은 수수꽃다리 나무가 있고 그 밑의 모래밭에서는 참새들이 모래 목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라일락이 아닌 우리 고유의 수수꽃다리 나무로 표기되어 있다. 종로구 아름다운 나무라는 팻말이 딱 어울리는 나무이다. 화려한 연꽃과 회화나무, 백송, 수수꽃다리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청정해지는 기분이다. 수수꽃다리 아래에서 모래 목욕을 하고 있는 도시 참새들을 보면서 콧등이 찡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조계사는 일제 강점기에 뿌리내린 대처승들과 우리 고유의 전통을 살려야 했던 비구승 사이의 싸움이 치열했던 곳이다. 조계사 홈페이지(http://www.jogyesa.kr)에 있는 소개 글에 따르면, 조계사는 일제 치하인 1910년, 조선불교의 자주화와 민족자존 회복을 염원하는 스님들에 의해 각황사란 이름으로 창건되었다. 그 후 1937년 각황사를 현재의 조계사로 옮기는 공사를 시작하여, 이듬해 삼각산에 있던 태고사(太古寺)를 이전하는 형식을 취하여 절 이름을 태고사로 하였다고 한다. 태고사를 창건하면서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은 정읍에 있었던 보천교(普天敎) 십일전(十一殿)을 이전하여 개축하였다. 1954년 일제의 잔재를 몰아내려는 불교정화운동이 일어난 후 조계사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출처 : 조계사 홈페이지).

    

대웅전은 전면 7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다포식 건물로 조선 후기의 건축물이 보여주는 웅장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대웅전 건물은 전북 정읍에 있던 신흥종교가로서 차천자(車天子)로 불리던 차경석의 궁전이었던 보천교 십일전을 옮겨 놓은 건물이다. 대웅전에는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우측에는 아미타불이, 좌측에는 약사여래부처님이 봉안되어 있다. 원래는 석가모니부처님만 모셨으나 2006년에 삼존불을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세 분의 부처님을 모신 곳이라 대웅보전이지만 전에 부르던 대로 대웅전으로 부르고 있다 한다, 이 대웅전 편액은 구례 화엄사의 대웅전 편액을 탁본하여 조각한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 안에는 많은 불자들이 앉아 경을 읽기도 하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가끔은 참새가 들어와 불전에 놓인 쌀을 쪼아먹고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대웅전에 앉아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읽었다. 앞으로 절에 갈 때마다 천수경 안에 있는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21독씩 하기로 하였다. 일부에서는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이 힌두교 신들에게 기원하는 주문이라고 비난하는 글도 돌아다니지만, 인도의 힌두교 전통이 이어지는 종교적 불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분들은 우리나라 절에 모셔져 있는 산신각이나 칠성각 등을 어떻게 해석할지, 개신교 신자들이 구약성서를 읽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천수경을 번역하신 분이 뜻이 왜곡될 수 있어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실어 놓은 뜻이 바로 작금의 비판자들을 염두에 두신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지 못해 대다라니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설사 힌두교 신에게 비는 주문이라 하더라도 나는 선조들의 지혜를 더 믿는다. 밀교경전이지만 우리 선조들이 관세음보살님께 지극정성으로 기원하던 경전인 천수경 안에 들어 있는 다라니이다.

    

대웅전 뒷벽과 옆벽에는 부처님의 일생을 그린 벽화 30폭이 그려져 있다. 부처님께서 호명보살로 계실 때 중생을 제도하고자 정반왕과 마야부인을 선택하시는 그림부터 열반에 드실 때까지 드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은 조계사 홈페이지에 잘 설명되어 있다.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셔서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라고 하신 말씀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만 기억하고 있던 나로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초파일에 봉암사 법요식에서 주지 스님이 아당인지(我當安之)까지 말씀하실 때 못 알아들어서 궁금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대웅전 앞에는 회화나무가 커다란 그늘을 제공하고 있고 정면에는 8각 10층 부처님진신사리탑이 있다. 이 탑은 2009년 10월 8일에 새로 건립한 탑이라고 한다. 대웅전을 바라보고 왼쪽에는 범종루와 극락전이 있다. 극락전 전면에는 서쪽의 극락정토에 계신다는 아미타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오른쪽 벽에는 관세음보살님, 왼쪽에는 지장보살님이 모셔져 있다. 명부전을 겸하고 있어서 백중재 기간이라 극락전 앞에는 백색 연등이 많이 걸려 있었다. 대웅전 맞은편에는 현대식 건물에 관음전이 있다. 관음전은 건물에서는 2층이지만 대웅전 뜰에서 들어가면 1층처럼 들어가는 곳이다. 관음전 입구에서 대웅전 쪽을 바라보면 1탑1금당 식의 구조를 잘 볼 수 있다. 방문 인증 사진을 찍기에 좋은 포토존이라고 생각된다. 경내 당우들의 안내도를 조계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참고로 게시하였다.

 

대한불교 조계종 25개 교구 본사들을 모두 둘러보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첫 나들이로 나선 서울 여행에서는 조계사와 봉은사 두 곳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당초 계획으로는 안국동에 있는 선화원을 가보려 했으나 안국동 로터리 인사동 거리 입구에서 전통결혼식 체험장을 구경하며 커피 한잔을 마시다 보니 시간이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가본 조계사를 뒤로하고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