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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네이선 렌츠, 노승영 옮김(2018), 『우리 몸 오류보고서』를 읽다.

아진돌 2020. 8. 13. 08:11

네이선 렌츠 지음, 노승영 옮김(2018), 『우리 몸 오류보고서 - 쓸데없는 뼈에서 망가진 유전자까지 우리의 온갖 결함들』, 서울: 까치글방, 초판 1쇄 발행일 2018.10.10, 3쇄 발행일 2018.12.20.

   

2020년 8월 12일에 네이선 렌츠의 『우리 몸 오류보고서』를 읽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몸의 쓸데없는 뼈에서 망가진 유전자까지 우리의 온갖 결함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연의 실수를 보라’는 제목의 머리글에서 저자는 아래와 같은 말로 글을 열고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모든 결함에는 인류의 진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든 세포, 모든 단백질, DNA 암호의 모든 문자는 장구한 진화적 시간에 걸쳐서 작용한 냉혹한 자연선택의 결과이다.’

   

저자가 서론에서 요약한 우리 몸의 오류들은 아래와 같다. ‘우리에게는 거꾸로 달린 망막이 있고, 몽당 꼬리가 있고, 손목에는 너무 많은 뼈가 있다. 다른 동물은 잘만 만드는 비타민과 영양소를 우리는 음식을 통해서 얻어야 한다. 우리 몸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기후에서 생존하기에 알맞지 않다. 신경은 이상한 경로로 뻗어 있고, 아무데에도 붙어있지 않은 근육이 있는가 하면, 림프절은 없느니만 못하다, 우리의 유전체는 작용하지 않는 유전자, 망가진 염색체, 과거 감염으로 인한 바이러스 사체로 가득하다. 뇌는 우리를 속이며 우리에게는 편향과 선입견, 대량학살 성향이 있다. 현대과학의 도움 없이는 자식을 낳지 못하는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제1장 쓸데없는 뼈를 비롯한 해부학적 오류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제2장 부실한 식사에서는 인간이 비타민 C, B1, B12 등과 일부 필수 아미노산 등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꺼져 있으므로 음식을 통해서 섭취해야한다 점을 기술하고 있다. 비타민 C는 여덟 개 이상의 효소를 지원하는데 그 중 세 개는 콜라겐 합성에 필요하다. 식물은 비타민 B12가 필요가 없어서 만들지 않으며, 초식동물은 대장에 있는 세균이 비타민B12를 대신 만들어 준다고 한다. 비타민 B1은 세균과 대다수 식물 및 일부 균류만이 만들 수 있으며, 인간은 역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모든 생물은 20가지 아미노산을 이용하여 단백질은 만든다. 세균, 고세균, 균류, 원생생물 등은 대부분의 아미노산을 만들며, 대부분의 식물은 20가지 아미노산을 전부 만들 수 있다. 우리는 20가지 중에서 필수 아미노산으로 불리는 9가지 아미노산에 대한 합성 능력을 잃었다. 따라서 채식주의자나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은 우리가 만들지 못하는 영양소를 별도로 공급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제3장 유전자의 정크 DNA에서는 우리가 비기능 DNA를 잔뜩 가지고 다닌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으며, 우리의 세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0년 경자년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고생하는 시전이라 눈이 번쩍 뜨이는 부분이다. HIV와 같은 레트로바이러스의 생활 주기 중에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숙주 세포의 유전체에 삽입시키는 단계가 있다고 한다. 특히 HIV 바이러스는 우리의 면역 세포인 T-세포를 감염시킨다는 점이다.

  

제4장 호모 스테릴리스(Homo Sterilis, 불임의 인간)에서는 인간의 생식계통 전체가 부실한 설계로 가득하다고 말하며,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어 착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폐경은 인간과 범고래와 들쇠고래 정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제5장 신이 의사를 만든 이유에서는 알레르기와 암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위생 가설로서 여러 연구에서 유아기에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면 훗날 식품 알레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제6장 뇌의 오류에서는 인간의 인지편향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특히 포러 효과(Forer Effect)라 불리는 확증편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성격검사 후에 똑같은 성격 묘사지를 받고 학생들이 자신의 성격이라고 평가한 점수를 보면 5점 만점에 4.26점이 나타난 실험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성격 묘사지는 문장이 모호하고 보편적이며 골수 싸이코패스가 아닌 한 누구에게나 들어 있는 내용들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점성가, 점술가, 무당, 심령술사 등은 포러효과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이다. 사주를 보아주고 돈을 벌겠다고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포로효과를 이용하면 적중률이 엄청 높게 통변이 가능할 것 같다.

   

우리 몸에 대해 이해하고 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의 망막의 신경다발이 거꾸로 배치된 것 등은 우리가 어류에서 진화한 흔적이고 꼬리뼈 등의 흔적 등은 우리가 척추동물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꼬리뼈나 림프선 등이 전혀 쓸모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거나, 유전자나 뇌의 일부 작용 등에 대해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자세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우리 신체의 구성요소들의 기능 등이 모두 확실하게 밝혀졌다고 보기 어렵다. 저자가 우리 몸의 설계 결과(?)의 영향이나 기능 등을 너무 확정적으로 단정하는 것들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이 마치 진리인 듯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동양 의학에서는 꼬리뼈 등의 기능들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고 경락 등을 잘 활용하고 있는 점들이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