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익(2020),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를 읽다.

김재익(2020),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경기도 파주시 : (주)도서출판 한길사, 제1판1쇄 2020.2.24.

 

2020년 7월 20일에 김재익 박사의 역작인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를 읽었다. 서울대 총동창신문에 화제의 동문으로 소개한 지면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김재익 박사는 경남공고를 졸업하고 제일모직 등에서 근무하다 1969년에 서울공대 섬유공학과 입학하여 1975년에 졸업한 분이다. 의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김 박사는 고희를 눈앞에 둔 시점에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의 뇌과학협동과정에 입학하여 70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분이다.

 

의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책이었다. 의식이 뇌의 작용에 따른 산물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임사체험 등으로 육체를 떠난 의식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을 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70세에 뇌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재익 박사의 저서를 알게 되어 바로 책을 주문하였다. 방송대 기말시험 과제물 작성과 하계계절수업 시험을 준비하느라 읽지 못하고 있다가 학기를 마친 후 바로 읽기 시작하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은 많은 사람이 우리 존재의 궁극적 실체인 의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후학들도 많이 연구하여 아직도 미해결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의식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자극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제1부에서 저자는 의식을 ‘살아있는 자의 영혼’이라고 정의하며, 어떤 생명체가 의식을 소유했다면 그 생명체는 영혼이 있는 귀중한 존재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식이 발현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은 분명 전기적·화학적 활동에 따른 것인데 그 과정의 산물인 의식은 보통의 물리적 현상과는 전혀 다른 속성을 띤다고 말한다. 제1부에서는 플라톤과 데카르트 등에 의해 주장된 의식의 이원론부터 신심일 이원론을 주장한 스피노자 등 역사적 흐름을 개관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티베트 사자의 서』가 묘사한 죽은 후 49일간 겪는 사후세계의 경험과 임사체험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로서는 육체를 초월한 의식이나 신의 존재를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재2부 끝에서 저자는 영혼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현상과 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과학자 입장에서는 의식이 뇌의 산물이라는데 99%의 확신이 가지만 아직은 1%의 다른 가능성 때문에 결론을 유보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여기에 크게 공감한다.

   

저자는 제3부부터 제8부까지 의식의 신경과학적 분류, 의식과학의 역사, 의식의 과학적 접근, 의식의 기원과 동물의 의식, 인간의 의식, 의식의 미래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과학계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당연히 인간 이외의 동물도 의식을 갖고 있으며 동물의 뇌가 크고 복잡하게 진화함에 따라 점점 더 선명하고 고등한 의식을 가진 동물에서 고급인지능력을 가진 동물로 서서히 진화했으며 그 선명도는 뇌의 복잡한 정도에 비례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의식에 대한 관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의식을 진화의 산물로 보는 관점에서 생명의 출현을 다루고 있다. 현대 과학이 의식에 대해 아직은 명쾌한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의식은 뇌의 작용임을 어느 정도는 확신할 수 있으나, 영적 활동을 보여준 많은 선지자들의 사례를 보면, 의식이 꼭 뇌의 작용만은 아니거나 뇌의 작용이면서도 육체 밖에서도 어떤 물리적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무엇 즉, 영혼이라는 존재가 있는 것 같다. 감각의식은 뇌의 전기적 작용의 결과이고, 정서의식은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작용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본다. 뇌의 전기적 작용과 아미노산으로 합성되는 단백질의 화학적 작용이 동시에 발화되어 뇌에 화학물질이 생성됨으로써 정서의식이 발현되는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선지자들의 책들을 읽으며 선지자들이 말하는 영혼과 의식에 대해 공부를 더 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