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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행 /조계종 교구본사 순례

속리산 법주사에 다녀오다

아진돌 2020. 9. 9. 08:13

2020년 8월 29일에 대한불교 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답사계획에 따라 다섯 번째 답사지로 제5교구 본사인 속리산 법주사를 다녀왔다. 속리산(俗離山) 법주사(法住寺)는 이름만 봐도 속세와 분리되어 법이 상주하는 절이다. 보은쪽에서 일반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마티고개를 지나게 된다. 고개를 막 넘으면 넓은 분지 형태의 상가 지역이 펼쳐지고 문장대 쪽 끝자락에 절이 위치하고 있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보은IC를 통해 들어오거나 속리산IC를 통해 상주쪽에서 들어오게 되므로 마티고개를 지나지 않게 된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정이품송이 있는 곳까지도 법주사 땅이었다고 하니 절의 규모가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대웅보전, 팔상전(捌相殿), 명부전(冥府殿), 원통보전(圓通寶殿), 약사전(藥師殿), 천왕문(天王門), 금강문(金剛門), 능인전(能仁殿), 진영각(眞影閣), 사리각(舍利閣), 염화실(拈華室). 삼성각(三聖閣), 응향각(凝香閣), 진해당(振海堂), 궁현당(窮玄堂), 명월료, 정제당 등이 있다. 산중 사찰인데도 가람배치는 평지 가람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금강문부터 천왕문, 팔상전, 석등, 대웅보전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일주문을 지나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개울을 건너기 전에 우암 송시열이 짓고 동춘당 송준길이 쓴 보은속리산 사실기비(事實記碑)와 벽암대사비를 만난다.
   
개울을 건너면 바로 금강문을 지나게 되고 곧바로 뒤에는 양옆에 전나무 두 그루가 서있는 천왕문을 지난다. 금강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안쪽에는 금강역사상(金剛力士像)이 양옆에 있고 사자를 타고 계시는 문수보살(文殊菩薩)님과 코끼리를 타고 계시는 보현보살(普賢菩薩)님이 계신다. 천왕문 안쪽에 있는 사천왕상은 국내에서 가장 큰 사천왕상이라고 한다. 대웅전을 바라보고 금강문 좌측에는 국보 64호인 석련지와 당간지주가 있고 우측에는 커다란 철 솥인 철확이 있으나 현재는 보수중이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천왕문 좌측에는 법주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륵불이 계신다. 법주사 홈페이지(www.beopjusa.org)에 따르면, 미륵불은 1939년에 조성이 시작되었다가 중단된 후 박정희 대통령의 희사로 1963년 3월에 재착수하여 1964년에 완공하였다. 그때만 해도 시멘트로 조성된 미륵불입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1986년에 시멘트 불상을 헐고 청동 160t을 들여서 주지 월탄(月誕) 스님의 원력으로 청동미륵상을 대대적으로 중수하여 1990년에 완성하였다. 미륵불입상 좌대의 지하에 성보전시관인 용화전을 마련하였다. 지금은 장마철이라 바닥이 미끄러워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 후 2002년에 청동미륵대불을 과거 진표율사께서 금동미륵대불을  모셨다는 기록에 의거 개금불사를 함으로써 본래의 모습을 복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천왕문 뒤에는 국보 제55호로 5층 목탑인 팔상전이 있다. 팔상전은 신라 진흥왕 때 의신이 세웠다고 한다. 최근에는 새로 조성하는 절마다 목탑을 많이 건립하고 있어서 모델이 되고 있는 목탑이다. 팔상전 내부의 남쪽에는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고, 동쪽에는 약사여래불, 서쪽에는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특이하게도 탑의 내부 북쪽 면에는 부처님께서 돌아가실 때의 모습인 열반상이 모셔져 있다. 네 면에는 8폭의 팔상탱화(八相幀怜) 앞쪽으로 나한상(羅漢像)을 3열로 배치하고 있고 그 중앙에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열반상, 아미타불 등 본존불을 봉안하고 있다.

     

대웅보전 앞쪽에는 국보 제5호인 쌍사자석등과 석등이 있다. 금강문과 대웅보전을 잇는 일직선 상에 설치되어 있다. 대웅보전 바로 앞에는 커다란 보리수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법주사 홈페이지(www.beopjusa.org)에 따르면, 대웅보전은 1624년(인조 2)에 벽암이 중창할 때 건립한 것으로, 총 120칸에 건평이 170평, 높이가 61척에 달하는 대규모의 건물이다. 보물 제915호로 지정되어 있다. 다포식(多包式) 중층건물로서 무량사(無量寺) 극락전, 화엄사 각황전(覺皇殿) 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불전(佛殿)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법당 안에는 중앙에 법신(法身)이신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이 봉안되어 있고, 비로나자불을 바라보면서 우측에 보신(報身)인 노사나불(盧舍那佛)이 계시며, 좌측에는 현세 화신불(化身佛)이신 석가모니불이 계신다. 부처님들의 앉은키가 5.5m, 허리둘레만도 3.9m에 이르는 대형 불상들이다. 부처님들 위쪽에는 닫집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기둥 사이를 지탱하는 가로목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팔상전과 대웅보전 사이에는 원통보전과 약사전이 좌우에 배치되어 있다. 대웅전을 바라보며 우측에는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전이 있고 좌측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원통보전이 있다. 대웅보전과 같은 선상의 서쪽에는 지장보살을 모신 지장전이 있다. 원통보전 서쪽에는 그릇 받침을 이고 계시는 희견보살 입상이 있다. 희견보살은 법화경에 나오는 보살로 석가모니부처님 바로 전생이신 호명존자 보다도 그 이전 생의 부처님의 전생의 한 분으로 자신의 몸으로 보시하신 보살님이시다. 횡성군 월정사 구층석탑 앞쪽과 수원의 봉녕사에는 희견보살 좌상이 있어서 서로 비교가 된다. 어쩌면 가장 오래된 희견보살상이면서 입상인 듯하다.
    
미륵대불 아래쪽에는 석가모니 부처님 사리를 모신 사리탑과 이 탑을 조성하게 된 연기(緣起)를 적은 세존사리비(世尊舍利碑)가 있다. 법주사 홈페이지(www.beopjusa.org)에 따르면, 1650년(효종 1)에 건립한 세존사리비에는 이 사리탑이 1362년(공민왕 11)에 세워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공민왕이 이 절에 행차하였을 때 왕은 사신을 통도사로 보내 석존사리 1립(粒)을 옮겨오게 하여 봉안하였다고 한다. 사리탑의 계단을 오르는 곳에는 능인전이 있다. 내부에는 석가모니불과 500나한상이 봉안되어 있다. 이 전각은 1624년에 벽암이 중창한 건물로서 건평이 16평이다. 개천을 따라 부속암자인 수정암 쪽으로 가다보면 마애래좌상 중에서 보기 드물게 의자에 앉아 계시는 미애여래의좌상을 볼 수 있다.

   
법주사는 국보와 보물도 많고 속리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포근하다. 수리중인 대웅보전에서 두 분 스님 주관으로  사시(巳時) 예불을 올리시는 의식이 사작되어서 예불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전기공사 중이라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선풍기도 못 틀고 땀을 흘리며 예불에 참석했지만 마음은 개운하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