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리버먼·롱(2019), 『도파민형 인간』을 읽다.

아진돌 2021. 1. 5. 08:51

대니얼 Z. 리버먼·마이클 E. 롱 지음, 최기영 옮김(2019), 『도파민형 인간』, 서울 : (주)쌤앤파커스, 초판1쇄 2019.10.10., 초판10쇄 2019.11.29.

(원저 : Daniel Z. Lieberman and Michael E. Long(2019), 『The Molecule of More』, Harvey Klinger Inc., New York.)

  

2021년 1월 3일 그동안 읽어 오던 『도파민형 인간』을 모두 읽었다. 번역서의 부제는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이다. 이 책의 원저는 『The Molecule of More』이며, 부제는 ‘How a single chemical in your brain drives love, sex, and creativity - And will determine the fate of the human race(당신의 뇌 속의 단순한 화학물질 하나가 어떻게 사랑과 성과 창의성을 촉진시키는가, 그리고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가)이다. 역자는 이를 ’뇌 속의 호로몬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약물 중독자로, 사랑꾼으로, 혹은 천재로 만들며, 인류의 문명을 결정하는가‘로 번역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며, 동기이자 보상인 이 화합물질의 이름은 도파민(Dopamine)이라고 말하며, 도파민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이렇게 네 종류의 원소로 이루어진 조그만 분자이지만 이 호르몬이 쥐고 있는 것은 인간 행동의 비밀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날 때부터 도파민이 남들보다 많이 분비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도파민형 인간’이라고 부른다. 더 많은,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끊임없이 매료되는 사람이다. 이 책의 요지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유전적이다, 뉴튼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가 이에 해당하며, 조현병 환자들 역시 도파민 분비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다. 원저의 제목 ‘The molecule of more(더욱 더 즉, more의 분자)'에 있는 more가 바로 도파민의 주요 특성인 셈이다. 책 속의 주요 내용들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도파민은 1957년에 런던 근교의 런웰 병원 연구실에서 캐스린 몬터규(Kathleen Montagu)에 의해 발견된 뇌 속의 화합물이다. 조건이 맞아 떨어져,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갈구하는 생리적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면 제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저항할 수 없을 정도다. 과학자들은 이런 도파민을 ‘쾌락분자’라고 이름을 붙이고, 뇌 세포가 도파민을 만드는 반응을 보상회로(Reward Circuit)라 불렀다. 사실 도파민은 쾌락과 아무 상관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쾌락보다 훨씬 더 섬세히고 실용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도파민의 진짜 역할이다.

  

도파민은 현재의 소유물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도파민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미래에 더 가질 수 있는 것들이다. 도파민의 인생관은 그저 ‘무조건 더’이다. 도파민은 ‘기대감 분자’인 것이다. 헬렌 피셔의 설명에 의하면 초기의 열정적인 사랑은 1년에서 길어야 1년반 정도밖에 가지 않는다. 다음엔 동반자적 사랑으로 간다. 도파민이 순간의 과욕을 상징하는 분자라면 오래 지속되는 사랑을 가장 잘 대변하는 화학물질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다. 옥시토신은 여성의 몸에서 더 활동적이고 바소프레신은 남성에게 쓸모가 많다.

 

사람의 뇌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 욕망은 오랜 진화의 역사를 가진 복측피개영역이라는 뇌 심층부에서 생겨난다. 이곳에는 도파민이 유독 많다. 뇌 안의 도파민 생산지 2 곳 중의 하나이다. 이곳에서 뻗어나간 도파민 욕망회로를 통해 뇌 속으로 퍼진다. 도파민은 미래의 기대에 관심을 갖게 하는 호르몬이다. 도파민은 욕망을 증가시킬뿐 애호능력을 키우지는 않는다. 인간의 뇌는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도파민 욕망회로를 억누르는 것은 도파민 통제회로이다. 도파민 통제회로는 전두엽에 위치한다. 정확히는 신피질에 존재한다. 도파민 욕망회로가 과하면 약물 중독을 일으키듯이 도파민 통제회로가 지나치게 우세하면 사람은 성취욕에 중독된다. 성취욕 중독자는 오직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만 매달릴 뿐 절대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 도파민형 인간은 현재의 즐거움 등에는 관심이 없는 일벌레이며 야근과 근무를 기꺼이 한다. 도파민 통제회로가 맥을 못 추는 사이에 도파민 욕망회로가 날뛰는 경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를 일으킨다. ADHD 환자는 대부분이 어린이이다. 도파민 통제회로의 본거지인 전두엽은 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는 부위이다. 청소년기까지도 발달이 완성되지 않는 부위이다.

 

꿈에서 도파민은 현재지향적 화학물질의 간섭을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한다. 꿈을 꾸는 동안에는 현재지향적 회로가 휴면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꿈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사례의 하나로 벤젠 분자의 구조를 밝힌 케쿨레를 들 수 있다. 배럿 박사는 『수명 위원회』라는 책에서 케쿨레가 졸면서 벤젠의 분자구조를 발견했듯이 평범한 사람들도 현실속 문제의 답을 찾는데 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서울대 황농문 교수가 『몰입』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떠오르게 한다. 바로 도파민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도파민형 인간들은 창의적인 사람들이거나 조현병 환자이거나 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그림도 잘 그리는 이유로 도파민의 역할을 꼽고 있다. 과학사에서 큰 획을 그은 두 천재 과학자인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숨은 이야기는 흥미롭다. 뉴턴은 언제부터인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숨겨진 메시지를 찾는다며 성경을 몇 시간씩 뒤지는 날이 허다했고, 종교와 주술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하였다. 그런 한편 중세 연금술에 푹 빠져서 인간에게 영생을 준다는 철학자의 돌을 찾는데 집착했다. 결국 50살에 완전히 미쳐버린 뉴턴은 1년 동안 정신병원에 감급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도파민 덕택에 남다른 창의력을 발휘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래 지속되는 동반자적 사랑에 정착하지 못했다. 본 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고 이혼한 후에는 그 불륜상대와 재혼하였다. 그 뒤로도 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등 여러 여성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도파민이 우세한 아인슈타인의 정신세계는 축복이자 저주였다.

 

이 책의 뒤 부분에서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정치적 성향과 도파민의 영향 관계, 창의적 아이디어로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의 종사자들과 도파민의 관계, 도파민과 관련한 유전인자의 보유 비율을 분석하여 인류의 진화와 대륙 이동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학계는 현대인의 유전자에 남아 있는 표식을 단서로 원시 인류가 약 7만 5천면 전에 아시아 대륙 전체에 널리 퍼져 나갔을 것으로 추정하며, 4만 6천년 전에는 호주로, 4만 3천년 전에는 유럽으로, 3만년에서 1만 4천년 전에는 북미대륙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설명은 흥미롭다. 저자는 끝으로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되는 것은 도파민 회로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도파민 회로의 작용과 현재지향적 회로의 작용을 아름답게 어우릴 수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