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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The Science of Fate)』을 읽다.

아진돌 2023. 1. 24. 18:15

한나 크리츨로우(Hannah Critchlow) 지음, 김성훈 옮김(2020), 『운명의 과학』, 서울: ㈜로크미디어, 초판1쇄 2020. 4. 29.

 

2023년 1월 22일부터 23일 이틀에 걸쳐 한나 크리츨로우 교수의 『운명의 과학(The Science of Fate)』을 읽었다. 이 책은 신경과학 연구를 하는 내내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cal Determinism)이라는 개념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하는 신경과학자가 자유의지와 결정론에 관해 쓴 책이다. 2019년에 발간된 『The Science of Fate: Why Your Future Is More Predictable Than You Think』의 번역본이다. 우리말 번역본의 부제는 「운명과 자유의지에 관한 뇌과학」이다.

 

저자 한나 크리츨로우(Hannah Critchlow) 박사는 영국의 떠오르는 스타 과학자이자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유명 과학 커뮤니케이터라고 소개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9년에 『네이처』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떠오르는 스타 생물학자’라고 평했다 한다.

 

인류의 여명기 이후로 인간은 운명을 지배하는 존재가 누구, 혹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했다는 저자의 말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삶의 궤적을 자신이 결정하는지, 아니면 스스로의 통제를 벗어난 운명이 결정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수수께끼 목록의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라고 말한다. 현대 의학은 인간의 몸속에 입력된 것들이 각자가 물려받은 유전자와 상호작용해서 그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며 결정론적인 입장에 기우는 것 같다.

 

현대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뇌과학 등에서 밝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질병은 관련 유전자의 발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 물론 유방암이나 당뇨 등의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가 있다고 하여 모두 발현되는 것은 아니며 후성유전학에서 밝히고 있듯이 관련 유전자 켜지는 상황에서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21세기 버전으로 새로 태어난 운명은 인간의 물리적 자아 깊숙한 곳, 뇌의 회로와 유전자 속에 묻혀 있다”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는 화학, 호르몬, 태내 환경, 유전, 인생 초기의 경험, 후성유전학, 진화압(Evolutionary Pressure) 같은 것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추어 기존의 신경망을 보호하는 데 확실히 도움을 준다고 말하며, 뇌를 보호하는 팁 중의 으뜸으로 아래 6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라. 둘째, 잠을 잘 자라. 잠은 면역계에서 낮 동안에 뇌에서 만들어진 독소들을 청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이런 독소가 축적되어 뉴런을 죽일 가능성을 낮춰준다. 셋째, 사회활동을 활발히 유지하라. 넷째, 식생활을 점검하라. 심혈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동물성 지방, 가공식품, 과도한 설탕)은 인지기능에 좋지 않다. 다섯째, 공부를 계속하라, 여섯째,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라.

 

제3장에서는 현대의 가장 심각한 질병인 비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포유류는 기본적으로 대략 2억 5천만 년에 걸쳐서 아무 것이든 닥치는 대로 계속 먹도록 진화했다”라고 말한다. “뇌의 보상체계는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소중한 에너지를 살아남아 번식하는 데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라고 한다.

 

“Free Will or Fate?”라는 제목의 제7장에서 저자는 “인류는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자유의지에 대한 신념 사이를 진자의 추처럼 오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최근의 신경과학은 운명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운명의 개념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중심부에 자리 잡게 한 것이다. 신경과학은 인간이 이미 대강의 윤곽이 잡힌 행동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한다.

 

자유의지와 운명에 대한 저자의 신념은 다음 글로 표현되어 있다. “나는 생물학이 인생 궤적을 좌우한다는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가 자기가 바라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이 아무리 매력적일지언정 그 관점 역시 옹호하지 않는다. 사실 인간은 진정한 제약과 타고난 재능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그런 개성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음양오행론에 근거하여 피흉추길(避凶趨吉)을 추구하는 사주명리학의 의문점을 풀고자 했으나 아직은 공부가 먼 것 같다. 서양 의학과 과학 분야에서 질병에 관해서는 유전적 요인을 중요시하므로 어찌 보면 환경 의존적인 결정론에 가깝다. 서양 뇌과학과 유전공학, 신경과학 등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있는 미래예측 접근방법과 음양오행론에 의한 미래예측 방법은 나름대로의 장점과 신뢰할만한 것들이 있는 듯하다. 음양오행론이 어떤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사주명리학은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의 생년월일시의 지구 환경을 포함한 우주적 환경에 따라 운명과 성격 등을 타고난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이 가설에 대한 신뢰할 만한 뒷받침이 뇌과학이나 발생생물학 등에서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뜻밖에도 한국인 아내를 두고 있는 영국인 마이크 앤더슨 박사의 아기 돌잡이 이야기가 흥미롭다. 돌잔치를 하면서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은 상태에서 어느 것을 잡는지 보는 것이 저자에게는 특히 흥미로웠나 보다. 주인공은 청진기를 잡아서 부모들 즐겁게 해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