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젠킨슨(Andrew Jenkinson) 지음, 제호영 옮김(2021), 『식욕의 과학(Why We Eat Too Much)』, 서울: 현암사, 초판1쇄 2021. 8. 18. 초판3쇄 2021. 10. 15.
2023년 8월 15일 광복절 휴일에 여행을 갈까 하다가 너무 더워 포기하고 그동안 읽어 오던 『식욕의 과학』을 읽었다. 다이어트를 생각하거나 비만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과 체중을 줄여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의 외과 의사로 비만 환자들의 최종 처방으로 시행되는 위절제수술 등을 담당하는 의사이다.
저자는 과학자, 의사, 식이요법 전문가들이 말하는 비만에 대처하는 법과 저자가 만난 환자들이 실제로 겪는 일 사이에는 틈이 있었고, 저자는 그 틈을 메우고 싶었다고 말하며, 전문가의 이야기와 환자의 경험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느 한쪽이 틀렸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 체중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체중 감량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면, 개개인의 행복과 자신감, 건강, 경제적 측면에서 득이 되는 이 일을 왜 많은 사람들이 이루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5년 넘게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쓴 것은 비만의 원인인 식욕과 그에 대한 정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도 이제는 비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젊은 청소년들은 온갖 상술에 이끌려 잘 못 된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저자는 인체대사, 체중 조절, 식욕에 관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 결론으로, “식욕은 의식적으로 조절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런 생각으로는 살을 뺄 수 없다.”라고 단언한다. 음식을 절제하겠다는 의식은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요구하는 식욕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갈증과 물을 마시는 행위와 배고픔과 포만감은 우리 몸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네거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 시스템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특정 체중까지 살을 빼겠다는 의식적인 욕구와 뇌가 적정 몸무게라고 설정한 값으로 되돌아가려는 인체의 무의식적인 갈등이 발생하며,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일지만 이 싸움의 승자는 늘 생명활동 기능이라고 말한다.
체중을 성공적으로 줄이고 유지하는 비결은 인체가 체중 설정값을 조절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뇌가 이 설정값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가 줄면 뇌에는 앞으로 기근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신호가 전달된다. 그 결과 빠졌던 체중이 다시 늘어날 뿐만 아니라 설정값이 상향 조정되어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보다 체중이 더 늘어난다.
지금까지 우리 뇌에 세뇌되어 있는 지식은 포화지방을 섭취하면 몸에 안 좋다는 견해이나, 저자는 “미국인 엔젤 키스가 지방이 심혈관 질환에 나쁘다는 연구결과는 편향된 연구였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설탕이 주범인데 설탕 업계의 지원을 받아 왜곡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많은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비만율의 급증 원인으로 식물성 유지 증가, 곡류 증가. 가공식품 증가를 꼽고 있다. 세포막 등 우리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을 구성하는 오메가-3 지방과 오메가-6 지방의 균형이 깨진 점을 지적한다. 풀을 먹고 사는 동물의 고기나 유제품의 섭취량을 줄이면서 오메가-3가 급감했다. 오메가-3 대비 오메가-6 비율이 높지 않은 지역에서는 비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체중 조절과 관련되는 인체의 메커니즘을 읽고 나면 저자의 탁월한 분석력에 고개가 숙어진다. 저자는 비만 문제가 없는 프랑스 사람들의 식생활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음식을 먹고, 탄수화물을 덜 먹고, 버터나 치즈를 포함한 지방을 많이 먹고, 간식을 먹지 않는 문화가 그 비결이라고 말한다. 지방을 많이 먹으라는 말이 충격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방은 식물성 유지가 아니고 그동안 심혈관 질환의 원흉으로 지목되던 동물성 포화지방이다.
제3부에서는 체중 설정값을 낮추는 방법을 첫째 환경과 심리, 둘째 먹는 음식과 식습관, 셋째 활동과 생활방식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체중 설정값을 올리는 요인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라고 제시한다. 끝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규칙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o 규칙 1: 오메가-3가 많고 오메가-6가 적은 음식을 먹어라.
o 규칙 2: 식물성 유지가 들어 있거나 요리에 사용된 음식은 먹지 마라.
o 규칙 3: 오메가-6가 다량 함유된 음식을 멀리하라.
o 규칙 4: 육류와 생선은 오메가-3가 높은 것을 선택하라.
o 규칙 5: 생채소와 유제품은 원하는 만큼 먹어라.
체중 감량을 고려하고 있거나 다이어트를 시도하려는 사람이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다이어트를 했다가 실망하거나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 특히 젊은 이들은 꼭 이 책을 먼저 읽기 바란다. 참고문헌을 포함하여 479쪽에 달하는 책이라 읽는 데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그동안 과학자, 의사, 다이어트 업자들에게서 잘못 배운 상식을 깨기 위해서는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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