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즐거운 여행 /문화유산탐방

경주시 신라역사과학관에 다녀오다.

아진돌 2024. 4. 17. 21:21

2024년 4월 14일(일)에 대전 한밭문화원에서 주관하는 2024년 4월 문화탐방 행사에 참여하여 첫 번째 탐방지로 경북 경주시 하동공예촌길 33(하동 201-1)에 있는 신라역사과학관에 다녀왔다. 신라역사과학관은 1988년에 개관한 사설 박물관으로 신라시대부터 조선 세종 때까지의 주요 과학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에 층별로 3개의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신라역사과학관은 경주민속공예촌 안쪽의 토함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1986년에 조성된 경주민속공예촌은 신라 시대의 공예기술을 보존하고 개발하기 위해 토함산 기슭에 조성한 마을로 옛 모습을 지닌 전통 골기와집과 초가 45동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신라역사과학관 홈페이지(https://sasm2.modoo.at/)에는 과학관을 개관하게 된 내력 등을 관장 인사말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처럼 대단한 과학관을 개관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의를 표한다. 역사과학문화라는 특별한 분야를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홈페이지에서 관장님 인사말은 “1988년 한 개인의 소유물로 출발한 신라역사과학관은 이제 우리 공동의 것이 되었으며, 드디어 전 국민의 관심 있는 교육현장으로 자리잡은 명소가 되었습니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이번 문화탐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45인승 관광버스 3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자 과학관 직원 분이 1층에 있는 옛 서라벌의 조감도인 왕경도 앞에서 해설을 시작하였다. 신라의 왕도였던 서라벌에도 광화문과 같은 광장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둑판처럼 동서와 남북 방향으로 길이 뚫려있고, 궁궐 앞쪽으로 넓은 도로가 개설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왕경도 아래에는 유리잔과 유리병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알려진 페르시아 지역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으로 신라에 전해진 것으로 설명해 주었다. 참고로 이희수 교수의 『인류본사』를 보면, 당나라와 교류하던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은 서기 651년에 멸망하였다. 이 때 사산조 페르시아 왕족은 당나라로 망명하였고, 당나라가 아랍국가와 수교하자 다시 당나라에 있던 페르시아 왕족은 신라로 망명하여 신라에 페르시아 문화가 유입되었다고 한다. 이때 당연히 페르시아 왕족이 쓰던 유리 제품들이 신라에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층 전시실에서 신라시대 물시계, 신라시대 해시계, 황남대총 출토 유물들을 관람하고, 1/5 크기의 첨성대 모형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첨성대 내부는 중앙 개구부까지 자갈과 흙으로 메워져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약한 지진이 일어나는 지진대에 위치한 경주에서 오랫동안 첨성대가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한다.
 
지하1층 전시실에는 축소형 석굴암 모형이 8기가 전시되어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과학적 원리로 석굴암의 석실을 분석하고, 현재 보존 방법의 문제점을 재조명하고 있다. ‘근세에 들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는 하나, 석굴암이 1907년 일본인 우체부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일제강점기의 논리를 그대로 인정하듯이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쉬웠다.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많이 훼손되어 있던 석굴암을 경주 인근의 주민들이 몰랐을 리가 없지 않은가. 지하1층 전시실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석굴암에 관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일본인들이 섣불리 손을 대서 망가뜨린 석굴암 발굴에 관한 문제점 등에 대해서 신라역사과학관 홈페이지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2층 전시실에는 오대산 상원사 동종의 실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관람객이 종소리의 맥놀이를 들을 수 있도록 타종도 해주셨다. 불국사 석가탑 2층 탑신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모사품도 전시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청주 흥덕사에서 발견된 직지심체요절 모사품과 해인사 장판각에 있는 반야심경 목판 모사품 등 우리나라의 인쇄 기술사를 알 수 있는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같은 층에 앙부일구 해시계, 천상열차분야지도 석각 모형 등 세종 때의 과학문화재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과학사적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인데, 아쉽게도 전시물에 대한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 아쉬웠다.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전시물도 아니고, 실물 모형 등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모형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 좁은 생각으로는 사진 촬영을 허용하여 각종 SNS를 통해 전시물들을 노출시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줌으로써 더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생각되는 데 조금 아쉬웠다. 나도 1988년에 개관한 과학관을 이제야 한밭문화원 담당자님의 배려로 알게 된 점이 아쉬웠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