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4일(일) 대전 한겨레산악회를 따라 해파랑길 10구간(고성 구간)의 49코스를 걷는 중에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거진읍 화진포길 280(거진읍 화포리 530-1)에 있는 김일성 별장에 둘러보았다. 해파랑길 49코스를 걷다보면, 응봉에서 화진포를 조망하고 김일성 별장 방향 팻말을 보고 내려오면 바로 이 곳 김일성 별장 뒤 쪽으로 내려온다. 한참 아래 쪽 주차장까지 내려가서 입장권을 사 갖고 와야 하지만, 65세 이상은 무료 입장이라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김일성 별장은 화진포의 명소이면서 사연이 많은 건물이다. 고성군 관광안내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소개 자료에는 “김일성 별장이 가진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역경이 가득한 아픔의 역사도 숨어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별장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비행장 부지로 사용하기 위해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강제 철거하고, 대신 원산 해변에서 해안을 따라 약 1백 마일 떨어진 이곳 화진포에 강제 이주시킬 때 지어진 건물이다. 당시 선교사로서 휴양지 이전에 대한 실행위원이었던 셔우드 홀(Sherwood Hall, 1893~1991) 박사가 독일에서 히틀러 공포정치를 피해 망명해 온 독일인 건축가 베버(H. Weber)에게 의뢰하여 1938년에 이곳에 건립하였다. 독일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베버는 회색돌로 원통형 2층 건물을 지었는데 마치 유럽의 작은 성(城)을 닮은 모습의 멋진 건출물이 되었다.
본래는 셔우드 홀의 예배당으로 사용되었으나,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후 출입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48년부터 1950년까지 북한의 김일성 일가가 이곳을 휴양지로 이용하면서 김일성 별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50년 6⋅25 한국전쟁 중에 훼손되어 흉물이 되었으나, 육군이 1964년에 온전히 복구하였고, 여름철에 육군 휴양지로 사용되어 숙소로 사용되었다. 당시 화진포 휴양지 관리 책임자로 근무했던 예비역 군인이신 지인의 말로는 여름철 3개월 정도 주둔하면서 미리 건물도 복구하고 백사장도 정비하였다고 한다. 해변에는 해삼 등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1999년 이후에 안보전시관으로 사용하다가 2005년 3월에 새 단장에 들어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건축 당시 회색돌로 지어진 건물이 해안 절벽 위 송림 속에 우아하게 자리하고, 유럽의 성을 재현한 모습에서 ‘화진포의 성’으로 불리워졌다고 한다. 건물 입구 계단에는 1948년 8월에 김정일이 그의 동생 김경희와 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었던 곳이라는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다. 전시물 중에서는 샤우드 홀과 부인 매리언 홀의 사진과 관련 설명도 전시되어 있다.
고성군 관광안내 홈페이지에서는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건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이 달라 보일 만큼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대비되는 공간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1층과 2층에는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최근에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수중릉이라고 알려진 금구도와 화진포 해변의 멋진 전경을 구경할 수 있다. 건물 2층 내부에서 동·남·북 쪽 방향으로 설치된 창문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성군의 소개자료에는 “아름다운 동해안이 내다보이는 창문이 상시 개방 되어있고, 운치 있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풍경에 매료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라고 극찬하고 있다.
전시물보다도 주변 경관을 구경하는 것이 더 힐링이 되는 곳이지만, 안보교육과 우리나라의 근현대 역사를 공부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 해파랑길 49코스 후기에서도 언급했듯이, 김일성 별장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같이 온 어른에게 “김일성이 누구야?”라고 물어보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우리 세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최근의 학교 교육에서는 근현대사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자녀들이나 손주들에게 6·25 한국전쟁과 김일성, 김정일 등 북한 정권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면 좋겠다. 여름에 이곳 화진포를 찾아 피서도 하고 아이들에게 우리의 근⋅현대사를 알려 주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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